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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업계 '윤달' 찬바람 울상

이민주

입력 : 2001.05.22 20:15|수정 : 2001.05.22 20:15


◎앵커: 결혼시즌을 맞아 한창 대목을 누릴 결혼관련 업계가 내일(23일)부터 시작되는 윤달한파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보도에 이민주 기자입니다.

○기자:봄의 절정인 5월 하순.

여느 해 같으면 결혼식 러시로 관련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할 땝니다.

그러나 윤달이 낀 올해는 사정이 다릅니다.

당장 예식장 예약이 크게 줄었습니다.

<박미연(웨딩하우스 래팡) "예년 이맘때보다 30% 정도 줄었구요. 윤달이 끝나는 주말부터는 예약이 벌써 꽉 찼어요.">

백화점 혼수코너와 여행업계 같은 관련 시장도 때 아닌 불황을 겪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장은경(투어 2)"작년에 비해서 30% 정도 감소했구요. 천주교나 기독교 신자들은 신경 안쓰시는데 일반 분들은 많이 피하시는것 같아요.">

한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조사결과에서도 윤달 결혼 기피현상이 잘 나타납니다.

미혼 남녀 4백여명을 대상으로 윤달 결혼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절반이 넘는 54%가 윤달을 피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윤달은 재수가 없는 달이라 결혼을 피해야 한다는 속설을 어디선가 듣거나, 이런 속설을 이유로 부모님이나 주위에서 만류하기 때문입니다.

<형남규(결혼정보회사 듀오) "결혼은 인륜지 대사이다보니까 이유는 잘 몰라도 남들이 안 좋다는 때는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다분히 있는것 같습니다.">

민간풍습의 하나로 내려오는 이런 속설은 그러나 정작 민속 관련 문헌을 보면 잘못된 것임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세시풍속서로 광범위한 고증을 거쳐 우리나라 풍속의 유래를 밝혀놓은 동국세시기입니다.

윤달은 재수가 없는 달이 아니라 ´재액이 없는 달이기 때문에 장가들고 시집가기에 적당한 때로 적고 있습니다.

<김선풍 (중앙대 민속학과 교수) "모든 문헌에는 공달, 덤달, 가욋달 이라 하여 무엇을 해도 손해없고 좋은달이라고 그렇게 되어있는데 민간에 넘어와서 이렇게 와전된것이 아닌가">

결국, 잘못 전해진 속설 때문에 최첨단 시대라 불리는 21세기에서조차 좋은 철을 피해 결혼을 미루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SBS 이민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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