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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30년

나종하

입력 : 2000.10.16 21:43|수정 : 2000.10.16 21:43


◎앵커: 30년 동안 물방울만을 화폭에 담아온 화가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작품세계를 인정받았습니다. 테마기획 나종하 기자입니다.

○기자: 김 화백의 물방울은 고통 속에서 다가온 환희의 눈물이었습니다. 30년 전 어렵던 파리유학시절 홧김에 뿌린 물세례가 캔버스에 황홀하게 물방울로 맺힌 것이 첫 발견이었습니다.

<김창열(화가): 아침햇살이 비치면서 그 물방울들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빛나는데...>

김 화백은 물방울 속에서 자신의 길을 발견했습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물방울로 회귀했고, 타지에서의 뼈아픈 좌절과 고통이 물방울로 응축됐습니다.

<김창열(화가): 내 세계도 확실치 않은 것 같고, 생활도 쪼들리고...>

마침내 캔버스에는 실제보다 더 아름다운 물방울이 맺혔습니다. 고독하기만 했던 작업은 르 몽드지에 실렸고 유럽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전시회 70여 차례, 작품수 2000여 점, 지금은 세계 유명미술관에 전시된 그림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김 화백에게도 세월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5년 전 앓게 된 심장질환으로 수전증까지 찾아와 요즘은 붓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오랜만에 갖는 서울전시회의 의미는 예전과 다릅니다.

<김창열(화가): 물방울의 속성이 뭡니까? 덧없는 것, 곧 사라지고 없어질 것, 그러나 뭔가 충만한 것...>

30년 동안 고집스럽게 매달려온 물방울. 김 화백은 이제 물방울 속에서 그의 삶과 철학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SBS 나종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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