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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무슨 죄

표언구

입력 : 2000.10.18 22:03|수정 : 2000.10.18 22:03


◎앵커: 한창 개발 바람이 불고 있는 수도권 한 지역에서 아름드리 소나무 수백 그루가 말라죽어가고 있습니다. 땅주인이 개발을 위해서 일부러 나무를 고사시킨 것으로 의심되고 있습니다. 표언구 기자입니다.

○기자: 100년 이상된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경기도 평택시 안죽면의 한 야산입니다. 보존가치가 높은 좋은 소나무들이 많아 개발이 억제된 곳입니다. 그러나 도로변의 소나무들이 붉게 타들어가며 말라 죽어 있습니다. 조사에 나선 평택시는 누군가가 소나무숲에 제초제를 대량 살포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제초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소금덩어리까지 묻혀있습니다. 죽어 있는 소나
무 밑둥은 절반 정도나 톱으로 베어져 있습니다. 사시사철 푸른색을 띠던 숲은 나무들이 모두 죽으면서 온통 붉은 색으로 변했습니다.

이렇게 소나무가 죽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땅주인인 이 모씨가 이곳을 개발해 상가를 지으려고 산림 형질변경을 신청했다가 평택시가 소나무 숲을 없앨 수는 없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은 직후부터입니다.

평택시는 개발이익을 노린 땅 주인이 일부러 나무를 죽인 것으로 보고 이 씨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평택시청 직원: 단순한 생각이에요. 나무가 좋다니까 나무만 없으면 허가해 주겠지 하는...>

땅 주인 이 씨는 검찰 조사에서 다른 조경수를 심기 위해 소나무를 고사시켰다고 밝혔습니다. 눈앞의 이익을 노린 욕심 때문에 100년이 넘는 아까운 소나무 숲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됐습니다.

SBS 표언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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