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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구 성과였다

공항진

입력 : 2000.10.12 21:28|수정 : 2000.10.12 21:28


◎앵커: 한 한국인 과학자가 올해 노벨화학상을 일본 학자들이 받게 됐다는 보도를 듣고 감춰진 진실을 밝히겠다고 나섰습니다. 화학상을 가져다 준 일본 학자의 연구가 사실은 자신의 연구 성과나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공항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올해 노벨화학상은 일본의 사라카와 박사 등 3명이 받았습니다. 사라카와 박사의 수상 이유는 33년 전에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개발할 수 있는 기초 물질을 합성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라카와 박사는 당시 한국 유학생이 실패한 것을 자신이 성공시킨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일본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사라카와 박사가 한국 유학생이라고 말한 사람은 바로 변형직 박사. 그는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33년 동안 가슴에 담아왔던 진실을 공개했습니다. 즉 플라스틱 전도체의 기초 물질인 아세틸렌 폴리만은 67년 자신이 도쿄공업대학의 연구원으로 있을 때 처음으로 합성해 냈다는 것입니다.

<변형직 박사(74, 전 원자력연구소 방사선 연구실장): 모터를 꼭 돌려야 되는 줄 알았는데 모터가 서니까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는 게 막이 그냥 쫙 생기더라구요. 이건 대히트구나.>

그러나 변 박사는 연구팀장인 이케다 교수로부터 큰 질책을 받고 연구팀에서 쫓겨났습니다.

<변형직 박사(74, 전 원자력연구소 방사선 연구실장): 참 이상하다, 이렇게 생각했죠. 난 좋아할 줄 알았는데 화를 내고 빨리 내쫓으려고 그랬고.>

사라카와에게 아세틸렌 폴리마의 합성방법을 친절하게 가르쳐줬는데도 사라카와가 이를 자신의 연구 성과로 발표했다는 사실도 덧붙였습니다.

<변형직 박사(74, 전 원자력연구소 방사선 연구실장): 사라카와가 암만해도 안 된다고 그래요. 안 하고 드디어 안 되는 모양이지.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그래서 내가 비밀을 가르쳐줬어요.>

변 박사는 귀국해 연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일본과의 관계악화를 우려하는 연구소 상사의 뜻에 따라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31년 동안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연구생활을 한 변 박사는 노벨상이 문제가 아니라 진실이 너무나 왜곡됐다고 말했습니다.

<변형직 박사(74, 전 원자력연구소 방사선 연구실장): 최소한 그래도 내가 발명했다고는 안 그러더라도 공동연구자는 해야지, 그게 보통이거든요.>

그러나 사라카와 박사는 오늘 오후 일본에서 SBS 취재진과 만나 변 박사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사라카와 박사(노벨화학상 수상자): 변 씨가 온 것은 단 하루였는데 아세틸렌 중합실험을 체험해 보고 싶다고 해서 단 한 번 했을 뿐입니다.>

변 박사는 사라카와 박사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진실을 입증할 수 있는 33년 전의 기록을 찾기 시작했고 당시 도쿄공업대학원생들은 이런 사실을 모두 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BS 공항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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