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운동장에 아파트

이형근

입력 : 2000.10.10 21:38|수정 : 2000.10.10 21:38


◎앵커: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9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학교 꼴이 말이 아닐 텐데 교육 당국은 대책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형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답십리의 동답초등학교, 체육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좁은 운동장 한켠에서 난데없는 아파트 건축공사가 한창입니다. 당초 서민주택이 밀집돼 있던 이곳 주민들이 재개발조합을 결성해 아파트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반쪽짜리 운동장에 먼지와 소음까지 겹쳐 수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우국성(동답초등학교 교감): 아이들이 청소를 하거나 담임이 확인을 한 결과에 의하면 책상 위라든가 그런 곳에 먼지가 대단히 많이 쌓입니다.>

정작 문제는 골조공사가 본격화될 내년부터. 9층, 10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가 교사 바로 앞에 들어서게 되면 전체의 26학급 가운데 절반인 13개 학급이 아파트의 그늘 속에 완전히 갇히게 됩니다.

교육 당국이 땅을 사들여 제대로 된 운동장을 만들어 주기를 기대했던 학부모들은 뒤늦게 건축저지에 나섰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월교(학부모): 입학해서 또 6학년 졸업할 때까지 마음놓고 운동회 한 번 못 한다는 이런 환경을 우리 어른들이 줄 수밖에 없다는 이 심정이 너무나 안타깝구요.>

재개발조합측은 적법절차를 밟아 분양까지 마친 상황에서 사업계획 변경은 있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입니다. 관할 서울동구교육청은 권한밖의 일이라며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남성국(서울 동부교육청 관리국장): 주택조합하고 동대문구청이 사업변경을 한다든가 하지를 않으면 우리로서는 거기에 대한 대책을 별도로 세울 수가 없죠.>

기형적인 운동장에 아파트에 파묻힌 교실에서 우리의 미래가 멍들고 있습니다.

SBS 이형근입니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