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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차려야지

입력 : 2000.08.16 20:00|수정 : 2000.08.16 20:00


◎앵커: 암에 걸려 투병 중인 몸을 이끌고 아들을 만나러 온 80대 노모, 반세기만에 나타난 아들을 보고 실 신했던 94살의 할머니. 모두 그냥 누워 있을 수만 없었습니다.

◎앵커: 한순간도 아쉬운 만남이기에 오늘 다시 기운을 차려서 아들을 찾았습니다. 홍지만 기자입니다.

○기자: 50년 동안 소식이 없던 아들을 만나면 혼을 내주겠다 던 어머니. 그러나 정작 아들을 만났을 때는 목 이 메어 뺨만 어루만지다 말문을 열지 못했습 니다. 길기만 했던 하룻밤이 지난 뒤 죽은 줄만 알았던 아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 한 것만으로도 이제 여한이 없습니다.

<이덕만(86): 이제 원이 없어요. 이제 소원 풀 었어요. 기분도 좋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오늘은 밥도 맛있게 먹 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끼리만 모여서 부담없 이 탁 터놓고 얘기할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안문환(안순환 씨 동생): 형님도 우리한테 심 금 털어놓고 얘기해요. 우리도 사심을 털어놓고 있는 얘기 다 하다시피 했어요.> 아들을 확인했지만 말도 잇지 못하고 감정이 북받쳐 결국 쓰러져버린정선화 할머니. 오늘은 조금씩 걷고 말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시 기 운을 차렸습니다.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으 면 얼마나 좋을까. 아들을 위한 어머니의 마음 은 아직까지 애절하기만 합니다.

<정선화(94): 아무쪼록 악한 마음 먹지 말고 좋 은 사람 되어서 착한 마음으로 잘... 그게 소원 이에요.> 50년만에 돌아온 아들에게 큰절을 받았지만 치 매증상으로 아무런 표현조차 하지 못했던 아버 지. 종이에 손으로 직접 쓴 아들 재혁이 소식을 확인하고 밤새도록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습니 다. 북에서 온 아들은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임창혁(임재혁 씨 큰형): 동생이 술 한잔올리 고 제사 모시고 싶다고 해서 술 한병 가져왔어 요.> 생사도 모르고 살아온 50년. 그 한을 다 풀기에 는 3박 4일의 일정이 너무나 짧기만 합니다.

SBS 홍지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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