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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절 올립니다

입력 : 2000.08.17 20:00|수정 : 2000.08.17 20:00


◎앵커: 오늘 상봉자리에서는 자신의 생일상과 돌아가신 어머 니의 제삿상이 차례로 마련되는 가슴아픈 장면 도 연출됐습니다. 김광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평양 김철주 사범대학 수학과 교수인 68살 양원렬 씨, 50년 만에 만난 형과 누나가 마련해 준 생일상 이 어쩐지 어색하기만 합니다. 고향을 떠나 서 울대 물리대에 재학하던 량 씨는 6.25 전쟁 때 행방불명된 뒤 가족과 헤어졌습니다.

생일상이 차려진 오늘은 공교롭게도 몇 해 전에 돌아가 신 어머니의 제삿날. 7남매 중에서 자신을 유난 히 더 걱정하셨던 어머니였습니다.

아들의 생사 조차 몰라 애를 태우다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가족들의 말에 목이 매여웁니다.

<양원렬(평양 김철주 사범대학교수): 어머니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돌아가셨다니까 목이 메어 서...> 밥 한 그릇과 조기 한 마리 그리고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과일로 조촐한 제삿상이 차려지고 직접 향불을 붙이는 양 씨의 손은 어느 새 떨 립니다.

형제들과 50년 만에 상봉한 자신을 기 쁜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어머니, 술 을 따르고 큰절을 올리자 그 동안 참고 참았던 그리움이 한꺼번에 북받쳐 오릅니다.

백발의 노 인으로 돌아와 어머니 생전에 못다한 효도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려고 애써보지만 그저 지나 간 세월을 원망할 뿐 타들어 가는 향불 앞에 숙인 머리를 한 동안 들지 못했습니다.

SBS 김 광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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