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정치

만나자마자 이별

입력 : 2000.08.17 20:00|수정 : 2000.08.17 20:00


◎앵커: 만나자 이별이라고 하더니 북으로 간 남편과 그 남편 을 기다리며 평생을 수절해 온 아내에게는 사 흘 간의 만남이 너무도 짧았습니다. 신동욱 기 자입니다.

○기자: 반세기를 기다려온 부부에게 주어진 사흘 간의 시간은 생이별로 흘려보낸 지난 세월만큼이나 가혹했 습니다. 북에서 온 남편 리복연 씨와 남쪽의 아 내 이춘자 씨, 6.25 때 피난가려고 남편이 자전 거를 사러 나갔다 북한군에게 잡혀간 것이 이 별의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20대 꽃다운 나이로 남편과 헤어진 아내는 그러나 평생을 수절하며 남편이 남긴 코흘리개 두 아들을 훌륭하게 키 워냈습니다.

꿈같은 재회와 사흘 간의 만남, 북 한에서 재혼한 남편은 우느라 그리고 수절한 아내는 우는 남편을 쳐다보느라 지난 50년 동 안 쌓인 말들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리복연(북한거주 남편): 사람이 왜 감정이 없 겠어요. 얼굴도 잘 모르겠어요. 55년 만의 만남 이, 아들은 처음 만나고...> 왠지 쑥스러워 멀찍이 뒤따라 오던 아내를 기 다려 손을 꼭 잡는 남편, 그러나 이제 내일이면 그 남편을 다시 떠나보내야 합니다. 아내는 남 편을 붙잡지 못하는 세월이 그저 한스러울 뿐 입니다.

<내내 건강하시라고.> 내내 건강하시라요? <예, 그래야 또 만나지...> 만났으니까 좋으세요, 좋으시긴? <좋은데 좋으면 뭘해요, 만나자 이별인데...> 손을 맞잡은 부부는 서로의 체온이라도 기억 속에 담아두려는 듯 더 이상 말이 없습니다. 50 년의 헤어짐 끝에 찾아온 사흘 간의 짧은 만남, 여전히 수줍어하는 아내와 고개를 들지 못하고 돌아서는 남편의 등 뒤에는 미처 풀지 못한 이 산의 한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SBS 신동욱입니 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