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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살아서 다시 만나자

입력 : 2000.08.17 20:00|수정 : 2000.08.17 20:00


◎앵커: 이별의 아쉬움 속에 오늘 마지막 상봉 자리는 또다시 눈물바다를 이루었습니다.

◎앵커: 다시 찾아온 헤어짐의 시간 앞에 이들은 부디 오래 살 아달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홍지만 기자입니다.

○기자: 꿈같이 흘러가버린 사흘, 내일 헤어지면 어쩌면 영영 다시 못 볼지도 모를 94살 노모와의 마지막 상 봉. 서울대 법대 1학년 시절, 30분 거리인 학교 에 잠시 다녀오겠다면서 어머니 곁을 떠났던 50년 전 일이 한스럽기만 합니다.

<조진용(북): 그 동안 어머니께 환갑, 칠갑 인 사도 못 드렸는데 글쎄 어머니가 저를 만나자 마자 보지도 못한 셋째 며느리에게 주라고 금 반지를 전해서...> 아들은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로 돌아왔지 만 어머니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합니다. 말 을 이어가기도 힘든 노모를 위해서 구구절절 회한이 베어 있는 시를 바칩니다.

<세월이 내린 백설입니까? 생명이 새긴 주름입 니까? 아니오이다, 민족 분열의 비극이 내린 흰 서리입니다.> 주름진 어머니의 손을 잡고 놓지 못하는 아들 서기석 씨. 초등학교 6학년 때 의용군으로 끌려 간 아들 생각에 밤마다 눈물을 흘렸던 어머니 는 어느 새 구순을 넘겼습니다. 기쁨에 어머니 를 안아 보지만 내일 다시 헤어진다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서기석(북, 어머니): 만날 때보다... 헤어질 걸 생각하니 진짜...> 백발이 돼 버린 머리카락을 아들에게 맡긴 노 모는 말을 잇지 못합니다.

<김금례(서기석 씨 어머니): 아들을 데려가고만 싶은데... 다시 가야 되니 붙잡지는 못하고...> 어머니와 아들은 고향쪽을 바라보면서 짧은 만 남에 아쉬움을 달래야 했습니다.

<서기석(북): 시간이 막 아쉽니다. 며칠만이라 도 오래 같이 있으면서 정을 나눴으면 좋겠는 데...> 다시 만날 때까지 살아만 있어 달라는 북에서 온 아들의 절규에 구순 노모는 말을 제대로 잇 지도 못하고 눈물만 글썽였습니다.

SBS 홍지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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