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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계셨군요

입력 : 2000.08.17 20:00|수정 : 2000.08.17 20:00


◎앵커: 이산가족 상봉단은 아니었지만 방문단의 일원으로 평 양에 간 고 장기려 박사의 아들 장가용 교수는 오늘 어머니와 뜻밖의 상봉을 이뤘습니다. 또 작가 이호철 씨도 그리던 여동생을 만났습니다. 신경렬 기자입니다.

○기자: 한국의 슈바이처로 알려진 고 장기려 박사, 고 장 박 사 부부의 순애보는 사랑이라는 춘원 이광수 선생의 소설의 주인공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 니다. 6.25 발발 직후 부인을 남겨두고 15살 된 아들과 함께 월남한 뒤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인술을 펴다 지난 95년 눈을 감았습니다.

오늘 아버지와 함께 월남했던 그 아들이 50년 만에 꿈에 그리던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헤어질 때 어머니의 30대 고운 얼굴은 간 데 없었지만 조 용한 성품은 그대로였습니다.

<장가용(65) 서울대 의대 교수: 우세요. 우시고 말씀은 원체 조용하신 분이라 울고만 계시지만 그 마음 속이야 왜 우리가 헤아리지 못하겠어 요.> 어머니를 만난 장 박사는 넘치는 기쁨으로 목 소리마저 떨렸지만 3시간 만남 끝에 다시 또 헤어져야 하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이호철(작가): 너무 짧아, 야속해.> 장가용 박사는 이산가족 상봉단을 돌보는 의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 중에 어머니 89살 김봉 섭 씨와 3명의 동생을 비공개리에 상봉함으로 써 평양에서 모자상봉을 이룬 유일한 가족이 됐습니다.

적십자사 교류 전문요원으로 방북단 에 포함된 작가 이호철 씨도 오늘 비공개리에 여동생인 58살 영덕 씨를 만났습니다. 만나는 순간 서로 울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50년 쌓인 얘기들을 털어놓았지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 셨다는 소식에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장가용(65) 한두 가지 얘기할 수 있어, 그래서 나는 울지 않았어, 그냥 끌어안고 울지 말자, 울지 말자.> 장가용 박사와 작가 이호철 씨는 오늘 뜻밖의 이산가족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서로 의형제를 맺었습니다.

SBS 신경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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