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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 건너다

입력 : 2000.08.17 20:00|수정 : 2000.08.17 20:00


◎앵커: 이번 이산가족들 중에는 한국사의 굴곡만큼이나 헤어 진 사연들이 기가 막힌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 경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51년 피난길에 헤어진 막내아들이 눈앞에 있다 니, 82살의 서순화 할머니는 아직도 믿기지 않 습니다. 발에 동상이 걸린 6살짜리 막내아들이 꽁꽁 언 대동강을 건널 수 없어 그냥 집에 두 고 떠난 것이 기나긴 이별의 시작이었습니다.

<서순화(82): 대동강에 얼음이 얼었는데 그때만 해도 양말이 없어 홑버선을 신겨 나왔는데 발 이 시리다고 하니까 할아버지가 너는 들어가 있거라 그래서...> 피난을 떠나기 전에 짐 실을 자전거를 구하러 간다며 집을 나선 남편은 인민군에 끌려가 영 영 소식이 끊겼습니다. 아내 이춘자 씨는 50년 만에 남편 리복현 씨를 만나자 자전거는 사왔 느냐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병에 걸린 아버지 약을 구하러 갔다가 피난민 대열에 휩쓸려 가 족과 헤어진 72살의 정명희 할머니, 북에 남았 던 아버지는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됐고 얼굴도 기억하기 힘든 동생을 만났습니다.

<정명희(72): 내가 정말 맞아? 내 동생 맞아?> 이선행 할아버지는 가족들과 피난길에 나섰다 가 대동강에서 이산가족이 됐습니다. 다리가 폭 파돼 부녀자들이 강을 건널 수 없게 되는 바람 에 당시 임신 중이던 아내와 두 아들을 두고 혼자 월남해야 했습니다.

<이선행(80): 헤어지면서도 UN군이 봄에 다시 올라올 것이다 그때 만나자, 그때까지만 고생해 라 그랬다.> 잠깐의 이별일 줄 알았던 헤어짐의 순간이 50 년이라는 긴긴 세월 여섯살짜리 코흘리개가 환 갑이 다 된 나이가 될 때까지 이산의 한을 쌓 게 했습니다.

SBS 김경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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