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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도 찾아주오

입력 : 2000.08.17 20:00|수정 : 2000.08.17 20:00


◎앵커: 상봉의 감격이 넘치는 워커힐호텔 한켠에서는 내 가족 도 찾아달라는 이산가족들의 호소가 애절합니 다. 북측 방문단이 지날 때마다 가족들의 이름 을 애태워 부르고 있는 한 할아버지의 사연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표언구 기자입니다.

<김상일(남측 이산가족 71): 누가 우리 어머니, 아버지 모르시나 좀 찾아주세요. 누가 우리 어 머니, 아버지 모르시나요, 좀 찾아주세요. 누가 우리 어머니, 아버지 모르시나요.>○기자: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앞뒤로 둘러쌓인 종이판 에는 90살이 넘었을 부모와 동생들의 이름이 빼곡이 적혀 있습니다. 평남 남포가 고향인 71 살 김상일 할아버지.

오늘로 사흘째, 워커힐호 텔을 맴돌며 가족들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나 이가 나이인지라 이번이 가족의 생사나 연락처 를 알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 각에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이 아픈 가슴을 달래주세요.> 김 씨가 평남 남포의 고향집을 떠나 서울에 온 것은 17살이던 지난 48년. 가난을 벗어나기 위 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그 러나 2년 뒤, 전쟁이 일어나면서 가족과 영영 이별을 하고 말았습니다. 남쪽에서 온갖 고생 끝에 이제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이루었지만 52년 전 집을 떠날 때 그렇게 말리던 어머니를 뿌리친 것은 늘 마음의 짐이었습니다.

<내 부모가 55년 동안을 얼마나 쓰라린 가슴을 안고 살아왔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그 동안 제3국을 통해 가족의 소식을 수소문도 해 보고 이번에는 가족 상봉을 신청했지만 탈 락하는 바람에 몸저 눕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가족 소식을 알 수 있을까 하는 희망에 최근에는 컴퓨터 공부까지 했습니다. 김 씨의 이런 애절한 가족찾기는 북측 언론의 취재를 받기도 했습니다.

<가족이 부모, 형제 아닙니까? 감히 거기에 뭐 다른 이유가 있겠어요.> 고향을 떠나온 지 52년, 사랑하는 부모, 형제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안타까움, 다른 사람들의 상봉의 기쁨은 너무나 부러울 뿐입니다.

SBS 표언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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