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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기약없는 이별

입력 : 2000.08.18 20:00|수정 : 2000.08.18 20:00


◎앵커: 반세기의 한을 나흘 동안 눈물로 씻어내린 남북의 혈 육은 오늘 다시 기약없이 남과 북으로 갈라섰 습니다.

◎앵커: 사흘 전 만날 때와 똑같이 생이별의 쓰린 가슴을 안고 다시 울어야만 했습니다. 홍지만 기자입니다.

○기자: 살아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대로 그냥 헤어질 수 는 없다. 이산가족들은 마지막까지 한번이라도 더 만나서 혈육의 손을 만져보고 또 가슴으로 포옹하며 서로를 느끼길 원했습니다.

이제 마지 막이 될지 모르는 어머니와의 만남, 17살 때 의 용군에 징집돼 어머니와 헤어졌던 아들은 이별 이 못내 아쉬워 구순의 어머니를 등에 업어봅 니다.

<강영원(66): 아들 다시 보기 전에 눈을 감으면 안 된다는 마음을 단단히 가지시고 백살이 상 사셔야죠. 그래야 제가 또 와요.> 중학교 2학년 때 징집된 뒤 어머니 생사조차 모르고 지내다 50년 만에 상봉의 감격을 누린 69살의 아들도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길바닥에서 큰절을 올리며 다시 어머니를 떠나 야 하는 마음을 달래보지만 아무래도 100살이 넘은 어머니의 건강이 걱정되기만 합니다.

<이종필(68): 내가 다시 올 때까지 (건강하게) 그렇게 앉아계세요.> 휠체어에 앉은 어머니를 부여잡고 떠날 줄 모 르는 아들도 있습니다. 17살 때 집을 나갔던 아 들은 언젠가는 서로 다시 만날 날을 위해 어머 니에게 강하게 그리고 힘차게 살아갈 것을 강 조합니다.

<이동섭(66): 어쨌든 통일이 될때까지 건강하세 요. 그게 머니 할 일이에요. 이제는 (아들 만난 다는) 뜻을 가지고 사세요.> 학교에 간다며 나갔다 소식이 끊어진 아들. 50 년 만에 돌아온 그 아들을 다시 돌려보내며 팔 순의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어린아 이처럼 하염없이 울기만 합니다.

억지로 버스에 올라선 뒤에도 아들은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50년 세월을 거슬러온 아 들을 기약없이 떠나보내고 꿈에 그리던 어머니 품을 다시 떠나는 자리에는 오열 만이 남았습 니다.

SBS 홍지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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