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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입력 : 2000.08.18 20:00|수정 : 2000.08.18 20:00


◎앵커: 이산가족들이 더 이상 늙고 또 한 많은 죽음을 맞게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상봉에서 온 국민은 절감 했습니다. 윤춘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목이 터져라 불러보지만 50년의 기다림이 너무 길었던 듯 화석처럼 굳어버린 아버지.

<임혁재(북측 방문단): 얼굴 만져 봐, 만져 봤 어?> 거동조차 할 수 없어 구급차에 실려와 아들을 만난 어머니.

<박성녀(북측 방문단): 우리 어머니, 어머니...> 여기서 나랑 살자는 병상의 어머니는 눈꺼풀 하나 움직이기도 힘들 만큼 기다림에 지쳐버렸 습니다. 기적처럼 말문이 트여 자식의 이름을 부른 어머니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 습니다.

<이환일(남측 방문단): 왔어도 귀가 멀어 내 말 을 못 들으니까 말도 못 해요.> 곱던 아내는 50년의 풍상 속에서 이젠 듣지도 못하고 말까지 잃어버렸습니다.

<오영재(북측 방문단 시인): 이제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어머니, 나의 엄마, 그래서 나는 더 서럽습니다. 곽맹순 엄마.> 살아서 만난 사람은 그나마 다행, 이미 세상을 등진 어머님께 보내는 사모곡은 뒤늦게 달려온 불효자의 통곡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과 달리 세월은 흩어진 가족들이 돌아오기를 마냥 기다 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만남은 여실히 보 여줬습니다.

이번 남북 이산가족 방문단 200명 가운데 부모와 자식이 만난 경우는 불과 43명, 순수 이산 1세대라 할 수 있는 부모 세대들은 이미 상당수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살아 생전 이 아들의 얼굴이나마 다시 볼 수 있도 록... 헤어짐의 애절함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 록... 흩어진 가족들의 만남은 이젠 더 이상 늦 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상봉 이었습니다.

SBS 윤춘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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