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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도 전폐

입력 : 2000.08.19 20:00|수정 : 2000.08.19 20:00


◎앵커: 50년 만의 만남은 이산가족들에게 큰 기쁨을 줬지만 다시 이별해야 하는 아픔도 큽니다. 특히 자식 을 두고 온 어머니는 식음을 전폐한 채 자식들 을 그리워 하고 있습니다. 최대식 기자입니다.

○기자: 함께 사는 가족조차 못 알아볼 정도로 치매증세가 심 해도 북에서 온 아들만큼은 보자마자 알아차렸 던 91살의 박성녀 할머니. 50년 간이나 가슴 속 에 묻어두었던 아들을 다시 만난 지 사흘만에 떠나보낸 박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간 뒤부터 아들 상봉사실을 부정했습니다.

<운봉이 보고도 안 봤다고? 운봉이 얼굴도 만 져보고...> <내가 봤으면 봤다고 하지.> 사무치는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려는 박 할머니 나름의 슬픔 극복 방법. 하지만 박 할머니는 아 들이 놓고 간 선물만큼은 머리맡에 두고 치우 지 못 하게 합니다. 혼자 나다닐 수 없을 정도 로 쇠약한 박 할머니가 괴로울 때마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 다. 북한을 방문해 6.25 당시 피난길에서 헤어 졌던 막내 아들을 만났던 서순화 할머니.

서울 로 돌아오면 생이별의 아픔이 어느 정도 진정 될 줄 알았지만 얼굴에 주름이 깊게 팬 아들의 모습이 영 어른거려 가슴이 메어옵니다.

<서순화(82): 이제 보고 싶으면 보겠어, 같이 살고 싶으면 살겠어 못 하지.> 82살의 나이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편이지만 생전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 각에 목이 메어 물 한 모금 넘어가지 않는다며 생이별의 아픔에 젖어 있습니다.

SBS 최대식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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