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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과수매 생색만

입력 : 2000.09.08 20:00|수정 : 2000.09.08 20:00


◎앵커: 태풍에 떨어진 과일을 농협이 사주겠다고 나섰지만 정 작 농가들은 이를 거부한 채 과일을 땅에 파묻 고 있습니다. 농협이 내건 수매조건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용식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배 주산지인 충남 천안시 성환읍의 한 과수원. 지난주 에 태풍이 휩쓸고 간 이곳에는 강한 비바람에 떨어진 배들이 군데군데 수북이 쌓여 벌써 썩 어가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떨어진 과일을 땅에 파묻고 있습니다. 이곳 천안지역에서는 지난번 태풍으로 배 재배농가 1200여 농가에서 무려 9000여 톤의 낙과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농협은 이 같은 과수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낙과를 수 매해 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수매대상 기준은 당 도 11도 이상, 무게 150g 이상, 그리고 흠집도 500원 동전크기 이내이어야 합니다.

이럴 경우 배는 1kg에 225원, 사과는 150원을 제시했습니 다. 그러나 바람에 떨어진 배나 사과는 당도가 9도 안팎일 뿐만 아니라 수매기준에 맞을 정도 면 시장에서도 2000원 이상을 받을 수 있습니 다. 따라서 낙과 수매지원책은 생색내기용일 뿐 이어서 농민들은 땅에 묻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원 조합장(천안 배 원예농협): 농약값을 지원해 준다든가 또는 낙과된 배의 봉지값을 좀 지원해 준다든가 이러한 현실적인,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그러한 지원방법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농민들에게는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방안이 또다시 마음의 상처만 깊 게 해 주고 있습니다.

SBS 이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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