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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생지옥

입력 : 1999.10.31 20:00|수정 : 1999.10.31 20:00


희생자들은 순식간에 덮친 유독가스와 열기에 미처 몸을 피할 겨를도 없이 호프집 내부 곳곳에서 숨져갔습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은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끔찍했던 순간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우상욱 기자입니다.

기자: 순식간에 2층 호프집에 들이닥친 화마는 몸을 피할 여지를 조금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불은 희생자들이 채 알아채기도 전에 유일한 탈출구인 출입구를 완전히 점령했기 때문입니다.

<김우영(선인고 1학년): (불 처음 본 곳은) 입구거든요. 카운터 바로 옆. 펑소리 나더니 불이 다 옮겨갔어요. 이쪽으로 쭉...>시커먼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호프집 내부 전체를 뒤덮었습니다.

<이상호(인천 광성고 1학년): 연기 갑자기 더 많이 들어와서 애들이 다 소리지르고 위에서 이상한 것 떨어지고...>비좁은 통로, 다닥다닥 붙은 테이블, 우왕좌왕하는 10대들로 호프집은 아비규환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이윤선(고교 2학년): 애들 서로 나가려 막 밀고. 앞도 안보이는데. 다 쓰러지고 부딪히고 꼼짝할 수 없었어요.>불길보다는 한 모금만 들이마셔도 정신을 잃게 만드는 유독가스가 문제였습니다.

<전태환(인천기계공고 2학년): 가스 마시니까 숨이 계속 차는 거예요. 호흡 빨리하는데 가스밖에 못마셔요.>3층 당구장으로 피한 사람들은 창문을 깨고 불을 피해 무작정 밑으로 뛰어내렸습니다.

<박동진(동고산업고 2학년): 연기 너무 많아 숨을 못 쉬겠어요. 그래서 유리 창문떼고요. 3층에서 뛰어내렸어요.>시커먼 연기 속으로 뛰어드는 구조대원들, 들쳐업고 안아들고, 나중에는 매트리스까지 동원해 쓰러진 사람들을 구해내는 필사적인 구조작업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55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80여 명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대형 참사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정석원(소방사, 인천중부소방서): 부둥켜 안고 어떤 친구는 화장실에 구석으로 하다가 이렇게 쓰러졌고 어느 젊은 친구는 나가지를 못하니까 갑자기 변을 당했죠.>SBS 우상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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