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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했다 좋아하더니...

입력 : 1999.11.01 20:00|수정 : 1999.11.01 20:00


◎앵커: 호프집에서 숨진 학생들 가운데는 입사시험에 합격해 서 축하모임을 갖던 졸업반 모범생들도 있었습 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는데 그 모범생들이 9명이나 숨진 인천여상은 이런 안타까움 때문 에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조민지 기자입니다.

○기자: 참사 뒤 등교 첫날, 한꺼번에 친구 9명을 잃은 인천여 상 학생들은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눈물부터 흘 립니다. 다섯 자리의 주인을 잃은 3학년 2반은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눈물바다가 됐습니다.

최근 12:1의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 입사시험에 합격했다고 좋아했던 이화. 반에서 1등을 놓치 지 않았던 아름이도 모 증권회사 입사시험에서 면접만 남겨둔 상태였습니다. 상희와 경미, 미 선이도 이미 취직됐거나 현장 실습중인 모범생 들로 취직에 생일까지 맞은 이화를 축하해 주 기 위해 호프집을 찾았던 것이 화근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아름이는 정말 아까워요. 우리반 1등이었고... 뭐든지 잘해요, 아름이는 진짜 잘 살 것 같았는 데...> 먼저 간 친구들을 추모하는 조회가 시작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한 몇몇 학생들은 교실 밖으 로 뛰쳐 나갑니다. 1학년 때부터 단짝이었던 친 구가 희생된 한 학생은 울다 그만 실신해 병원 으로 실려갑니다. 한꺼번에 착한 제자 5명을 잃 은 선생님은 자신을 탓해보기도 합니다.

<권경순(담임교사, 인천여상 3학년 2반): 제가 학생들, 우선 생활지도를 더 잘해 가지고 이런 일이 사전에 없도록 조치를 하고 지도를 더 잘 했어야 되는데 그렇게 못한 점을 부끄럽게 생 각합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친구들의 빈 자리는 학생들의 마음 속에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습니다.

SBS 조민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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