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은 제37회 소방의 날입니다. 크고 작은 화재현장에 서 불길과 싸우다 숨져간 순직 소방 공무원들, 하지만 그들의 가족에게 우리 사회의 관심이 미 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테마기획 김광 현 기자입니다.
○기자: 순직 소방관의 아내 박오례 씨. 26살의 나이에 홀몸이 된 박 씨는 4년이 지나도록 남편을 잃은 슬픔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박 씨의 남편이 숨진 것은 첫 결혼 기념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있던 지난 95년 10월 16일, 야근 중 이삿짐 센터에 난 불 을 끄기 위해 나섰던 남편 김성중 소방사는 피 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건물에 가장 먼저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불을 끄던 중 쓰러진 가구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바 람에 쓰고 있던 산소마스크가 벗겨져 연기에 질 식된 것입니다. 딸 백일잔치 준비를 위해 남편 을 기다리던 박 씨에게 남편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박오례: 태어난 아이 의료보험카드에 올리고 온다더니 올리지도 못하고 일 당했어요.> 순직한 김성중 소방사가 남긴 것은 자신과 함께 마련했던 전세 3500만원짜리 연립주택이 전부. 정부가 지급한 보상금 4500만원은 시골에 사는 노 부모를 봉양하고 올해 다섯살난 외동딸 선희 양을 키우는 동안 어느 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 습니다.
젖먹이 어린 딸을 보살펴야 했던 박 씨 에게는 직업을 구하기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 습니다. 매달 50만원씩의 연금이 나오지만 빠듯 한 생활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은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 딸 아이에게 아빠의 죽 음을 이해시키는 일입니다.
<박오례: 엄마가 밉대요. 그래서 왜 밉냐고 그 랬더니 왜 착한 일을 했냐고해요. 나쁜 일을 하 게 만들지 않았으면 선희랑 살았을 텐데, 왜 착 한 일을 해 가지고 같이 안 사냐고 그러더라고 요.> 화마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소방관들. 순직 소방관의 아내 박 씨는 소 방관이 훌륭한 직업이라는 것을 딸 선희가 이해 할 수 있도록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SBS 김광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