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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슈퍼맨

입력 : 1999.12.03 20:00|수정 : 1999.12.03 20:00


◎앵커: 말 더듬는 버릇을 교정하고 성격개조로 새사람을 만들 어준다, 이런 광고로 수강생들을 모집하는 학원 들이 늘고 있습니다. 자신감을 상실한 IMF 실 직자나 취업을 앞둔 수험생들이 주로 찾는다는 데 수강료가 꽤 비쌉니다. 1박 2일에 50만원씩 하는 곳도 있는데 제대로 가르치고는 있는지, 현장출동 박병일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기자: 성격개조, 말더듬 교정. 요즘 서울 시내에서 흔히 보는 간판들입니다. 이 가운데 최근 여러 일간지에서 눈길을 끄는 광고가 하나 있습니다. 단 3, 4일만 에 완전 새 사람을 만들어 준다며 인터넷에까지 광고를 올린 이곳은 이름 하여 국제 슈퍼맨 수 련관.

<홍관장: 나한테 맡겨요. 들어오면 울고 불고 난리가 날 거예요. 왜 이렇게 늦게 들어 왔던가. 당대에 홍관장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가 장 큰 대사건이지.> 1박 2일 50만원에서 11박 12일 200여 만원까지, 이 가운데 60만원짜리 3박 4일 코스를 따라가봤 습니다. 수련 장소는 경남 부곡 근처의 한 호텔.

<관장님께 대하여 경례!> <슈퍼맨.> 일명 수퍼맨가를 불러 결의를 다진 뒤 모두 웃 통을 벗게 합니다. 무엇을 하는 것일까? 수련생 들이 열심히 바느질하는 것은 홍 관장이 6년간 임상실험까지 거친 특허품이라는 일명 완전자동 단전호흡대.

<한 번 호흡에 6000cc 이상을 들이마셔 몸속의 노폐물이 와장창 나오는 것이란 말이여.> 가슴띠를 두른 뒤 이번에는 나눠준 교본을 한 사람씩 크게 읽게 합니다.

<별것 아닌 세상에 태어나서 왜 떠냐, 개새끼들 아.> 서로들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다음에는 기괴한 동작을 하고 교본을 읽게 합니다. 양팔을 묶고 다리를 든 채 책읽기, 군대 얼차레의 하나인 일 명 팬텀기 자세입니다. 이번에는 물그나무 서서 책읽기. 레슬링 자세도 나옵니다.

<전 수련생: 저 같은 경우는 절박했었거든요. 아주 소심했었어요. 소심한 사람들은 카타르시 스를 느끼게 하는 것이 있어요.> 7명이 한 방에서 서너 시간씩 새우잠을 자는 것 외에는 모두 이런 벌받기식 훈련이나 관장의 두 서 없는 강의가 계속됩니다. 관장에게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홍 관장: 환불은 대통령이 와도 없다는 것이 쓰여있잖아. 그런 전례도 없고 말이야.> <전 수련생: 기대가 컸던 만큼 기대감들이 분노 감으로... > 홍 관장을 직접 만나 자격증이나 허가증이 있는 지 물어봤습니다.

<홍 관장: 학력은 무학이라니까요. 일부러 학교 를 내가 거부했습니다. 왜냐. (선생님들이) 게임 이 안돼요, 나와.> 홍 관장은 지난 20년 가까이 형무소에서 복역하 는 동안 읽었던 책과 경험이 사업의 계기였다고 말합니다.

<홍관장: 외국에서 이렇게 엄청난 조건으로 오 라고 했지만 내가 (조국을 위해서) 안가겠습니 다라고 했지않겠습니까?> 일정한 교습장소 없이 외부 호텔 등지에서 수련 할 경우 사업자 등록만으로도 사업이 가능하다 는 법의 허점을 비집고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성격개조 수련원들. 말더듬이나 소심한 성격으 로 고민하는 절박한 사람들이 3, 4일에 수십만 원씩 내고 얻는 것은 실망과 허탈감 뿐입니다.

SBS 박병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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