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계가 반도체 제조 공장, 일명 팹의 입지 선정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해외는 물론, 국내 여러 지역의 투자 요구가 쏟아지면서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서 다른 지역으로 공장을 분산시켜 달라는 정치·외교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현재 해외 주요국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반도체 제조 공장 유치전을 거세게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막대한 보조금과 관세 정책을 무기로 자국 내 생산시설 확충을 압박하고 있고, 베트남 등 신흥국들도 파격적 세제 혜택과 부지 지원을 내걸고 패키징 및 연구개발 거점 유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국내 정치권과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유치 요구가 거센데, 오는 7월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핵심 사업으로 반도체 시설 유치가 거론됩니다.
정부 역시 산업 정책을 추진할 때 지역 균형 발전 기조를 중요한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이런 분위기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걸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반도체 공정 필수재인 '공업용수'를 전남, 영남권 등 지역에서 필요한 만큼 확보하기 어렵고, 모자란 용수를 추가로 확보하려면 수조원을 들여 대규모 단일 배관망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등 큰 비용이 든다는 겁니다.
물 부족 대안으로 꼽히는 해수 담수화도 '초순수' 용수가 필수적인 반도체 미세 공정 특성상 공정 불량 우려와 생산 비용 급등이 우려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도체 생태계 핵심인 '집적 효과'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업계에서는 나옵니다.
충청권 등에 예정된 인프라가 다른 지역으로 물리적으로 쪼개지면 물류비용이 늘고 위기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투자가 해외로 향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오는데, 특히 삼성전자가 보유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부지는 규모만 약 500㎡라 향후 반도체 팹을 최대 9개까지 추가로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의 용수·전력 인프라 지원이 확실한 테일러 부지를 택하는 게 국내 투자보다 리스크가 적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취재 : 김민정, 영상편집 : 이다인,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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