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보물을 자세히 보면, 후보 얼굴 옆에 'OO후보'라는 인증 마크를 붙여놨습니다. '민주진보 단일후보', '민주진보 시민후보', '진짜민주진보 유일후보', '중도보수 단일후보', '보수 단일후보' 마크입니다. 이 마크를 보다보면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단일후보'와 '유일후보'는 무엇이 다른 것이며, '민주진보'와 '진짜민주진보'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중도보수'와 '보수'는 같은 진영일까요?
이 선거 공보물로는 누가 진보진영의 단일후보인지, 누가 보수진영 단일후보인지 알 수 없습니다. 각 진영별로 단일화를 하긴 했는데, 공보물만 봐서는 공약을 비교하거나 정책 정보를 얻기 힘듭니다. 누가 진짜인지 오히려 더 헷갈릴 뿐이죠. 비슷한 인증마크가 붙어있는 공보물을 계속 보다보면 '의도적으로 유권자를 헷갈리게 하려 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신철안 (40대 남성 유권자) : (단일화 한 후보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어요. 다만 진보·보수만 색깔로 구별을 했던 거지. 정말 현수막만 보고, 또는 투표용지를 보고 마지막에 투표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20대 여성 유권자 : (투표장에) 가기 전에는 사실 몰랐어요. 잘 모르고 투표한 거에 가까워서.]
무효표 108만 표…'선택하지 않음'을 선택한 유권자들
후보 8명이 출마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선 무효표 30만 표가 쏟아졌습니다. 경상남도교육감 선거에선 1, 2위의 표차(7,165표)보다 무효표가 71,333표로 10배 이상 많았습니다. 충청남도교육감 선거 역시 1, 2위 표차(36,970표)보다 무효표(52,324표)가 더 많았습니다. 당락을 가르고도 남을 만큼의 유권자들이 '선택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것이죠.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당선된 교육감도 드물었습니다. 경기, 전북, 대구, 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지역 교육감 당선인의 득표율은 50%를 못 넘었습니다. 30%대 득표율로 당선된 교육감은 6명(서울 정근식, 울산 조용식, 인천 도성훈, 세종 강미애, 충남 이병도, 경남 권순기)입니다. 대전교육감에 당선된 오석진 후보의 득표율은 27.48%였습니다.
"시효 다한 교육감 선거 제도, 개편 돌입해야"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교육감 선거의 제도적 미비'를 꼽았습니다. 박 교수는 "정당이나 기호가 없으면 후보의 정책을 알리거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설계가 안 돼 있다"며 "후보 단일화 경우에도 공권력이 개입하지 않으니 아무도 승복하지 않고, 후보 난립을 초래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당이 없다면,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 단일화나 경선 과정을 관리해야 하는데, 선관위가 역할을 하지 않을 뿐더러 그렇게 설계돼있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후보 단일화부터 후보 공약 설명까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니 결국 유권자 무관심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입니다.
한편에선 직선제를 유지하지 않는 방안으로 1) 교육감과 시도지사 선거를 공동으로 연계하는 방안(시도시자 투표 시 동반 입후보한 교육감 자동 투표) 2) 직접 선거를 거치지 않고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방안 등도 거론합니다. 다만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시민들의 선호가 아직 높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특정 제도를 일부 유지하면서 다른 제도를 일부 차용하는 등 방법은 다양합니다. 해묵은 논쟁에 여러 해법이 제시됐지만, 정부 차원의 교육감 선거 개편 논의는 아직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를 둘러싼 문제점과 해결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산적한 난제들에 교육감 선거 개편 논의가 묻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4년 뒤 교육감 선거를 위한 제도 개선을 논의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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