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현지시간) 온두라스에서 한 시민이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려진 포스터를 들고 있다.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작 마약범들을 대거 사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현지시간으로 어제(8일) 보도했습니다.
WP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마약 관련 범죄자 약 90명을 사면하거나 감형한 데 이어 두 번째 임기에서 마약범 최소 10명을 사면 또는 감형했습니다.
미국 내 마약 위기를 강조하며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국경 단속 강화를 주문했던 모습과는 어긋나는 행보입니다.
최근에는 마약 거래 지원을 이유로 베네수엘라를 고강도로 압박하며, 카리브해에서 마약 밀수 의심 선박에 대한 공습을 군에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재취임 첫날부터 마약, 무기 등 밀거래 사이트 '실크로드'의 창립자 로스 울브리히트를 사면했습니다.
실크로드는 비트코인을 거래 수단으로 삼아 마약 등의 밀거래가 대량으로 이뤄진 사이트로, 울크리히트는 2015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습니다.
이후 시카고 갱단 두목 래리 후버와 볼디모터의 '마약왕' 가넷 길버트 스미스 등에도 사면을 허가했습니다.
최근에는 최소 400톤(t)의 코카인의 미국 밀반입에 관여한 죄로 징역 4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을 사면자 명단에 추가했습니다.
마약범들이 아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부 들어 사면권을 훨씬 많이 행사하고 있습니다.
1기 정부에서 사면한 사람은 총 230여 명.
첫해 사면한 사람은 두 명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2기에서 그는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 사태로 기소된 자신의 지지자 1천500여 명을 무더기 사면했습니다.
연방 의원 10여 명도 사면했습니다.
주로 공화당 소속이었으나, 이례적으로 최근 민주당 소속 헨리 쿠엘라 하원의원도 사면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거액의 로비가 오가는 수익성 좋은 시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로비스트들이 올해 사면 등 행정 구제책을 위해 활동하는 업체들에 지불한 돈은 210만 달러(약 31억 원)에 이릅니다.
작년 한 해 지출액의 두 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또 사면을 받기 원하는 일부 개인들은 대통령 측근 인사들을 고용해 자신의 사안을 전달하기 위해 최대 100만 달러(약 14억 7천만 원)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 싱크탱크 케이토 연구소의 마약 정책 전문가 제프리 싱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정책 전반에 있어 엇갈린 입장을 보여왔다며 "일관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마약 밀매범은 사면하면서, 미국에 없는 마약 밀매범은 현장에서 사살하라고 지시한다"며 "그런 논리라면, 우리는 왜 이 나라에서 마약 밀매 혐의로 사람들을 체포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인가? 그냥 총살하면 안 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 의견이 나옵니다.
톰 틸리스(공화·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끔찍한 메시지"라며 "한편으로는 마약 밀매범 때문에 베네수엘라 침공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누군가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하는 건 혼란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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