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건씩 들어오는 '빈출' 상담 주제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임금체불, 부당해고가 대표적인데 손해배상 협박도 그런 주제 중 하나다. 최근 한 대형 치과에서 이틀 만에 그만둔 직원을 대상으로 '새 직원을 뽑는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실제 직장갑질119에 들어오는 손해배상 관련 상담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상담도 퇴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를 배상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상담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업무 공백이 발생했으니 문제를 삼고 싶을 수도 있다.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개월 전 사직서 제출' 등 사직 절차 관련 규정을 미리 만들어 두기도 한다. 취업규칙 등에 이 같은 사직 절차 관련 규정이 있다면 따르는 것이 노동자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안전하다. 규정대로 사직서를 제출해 퇴사한 상황에서는 퇴사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이렇게 '안전한' 퇴사를 할 수만은 없다. 채용공고나 면접에서 설명한 것보다 못한 근로조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본인 또는 가족에게 갑작스러운 건강상의 문제 등이 발생한 상황에서 1개월은 버티기 어려운 긴 시간이다. 첫 아르바이트, 첫 직장을 그만둔 사회 초년생들의 경우 내용증명을 받고 겁에 질려 회사에 보낼 돈을 마련하려 애를 쓰기도 한다. 특히 퇴사 손해배상 협박을 하는 다수의 회사들은 구체적으로 피해를 입어서라기보다는 나간 직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터무니없는 액수를 말하곤 한다. 실제 논란이 된 치과의 경우도 이틀 근무한 직원에게 180만 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1개월 전 사직서 제출' 관련 규정이 있고, 이를 지키지 못했더라도 노동자가 그 규정을 위반해 회사에 어떤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증명할 책임은 여전히 회사에 있다. 이후 법적 다툼을 하더라도 본인 퇴사로 회사에 발생한 손해가 무엇인지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내용증명이 온다면 겁에 질려 돈을 입금하지 말고 우선 '그래서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 입증하라'는 답변을 내용증명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다.
손해배상 관련 상담 중 그다음으로 많은 유형은 업무 차량이나 회사 물품 파손 시 노동자에게 수리비나 교체비용을 모두 물어내게 하는 것이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업무기기가 고장 나자 원인 확인도 없이 무조건 새것으로 사놓으라고 요구하는 사용자부터, 퇴사 이후 몇 달이나 지났는데 상담자가 퇴사 전까지 쓰던 업무 기기에 실금이 가 있었다고 트집을 잡으며 돈을 내놓으라 연락하는 사용자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 노동자의 과실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노동자가 손해를 전부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에게는 근무조건이나 노동환경을 설정하고 근무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관련 판례를 살펴봐도 법원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입장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까지만 노동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물품 파손이 아닌 거래처와 문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도 이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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