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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이, 내가 나의 등불이 된다는 것 [스프]

[오프 더 모먼트] 곽정은 (작가)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보는 잠깐의 '틈'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마음을 돌보는 일상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성인 4만 4천 명을 상담했던 장재열 상담가가 자신의 삶에서 소진을 겪었던 전문가를 만나 일상 속 멈춤과 쉼의 비결에 대해 묻습니다.
인터뷰어 : 장재열 (상담가 겸 작가, 월간 마음건강 편집장)
인터뷰이 : 곽정은 (작가)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분명 꽤 깊게 교류하고 지냈던 사람인데, 오랜만에 만났더니 어라? 완전히 딴 사람처럼 느껴지는 순간 말이죠. 생김새도, 목소리도, 웃을 때 표정도 그대로인데,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온도나 공기가 묘하게 달라졌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그 사람을 다시 한번 주의 깊게 바라보게 됩니다.

저에게는 곽정은 작가가 그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녀에게서는 예전과는 조금 다른 공기가 느껴졌습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처음 TV에서 그녀를 봤을 때 느꼈던 반짝임, 동료 작가로서 교류하던 시기에 느꼈던 명료함 같은 것들을 넘어, 단단함과 고요함, 그리고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진 표정이 있었습니다. "괜찮아요"라고 너털웃음을 지을 수 있는 여유가, 은은하게 향초처럼 주변으로 번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익히 알던 '그때의 곽정은'에서, 새롭게 보이는 '오늘의 곽정은'으로 변해왔는지. 그리고 우리에게도 그 변화의 모멘텀을 조금 나누어 줄 수 있는지.
곽정은
장재열(이하 장) :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곽정은(이하 곽) : 안녕하세요, 마음에 대해 연구하고, 명상을 전하는 작가 곽정은입니다.

장 : 오,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자기소개인데요?(웃음) 그런데 또 하나의 소개가 생기셨잖아요. 바로 '교수 곽정은'. 축하드려요! 이번 학기부터 한양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에서 겸임교수를 맡으셨죠?

곽 : 네, 이번 학기에 첫 수업 시작했어요.

장 : 저희 둘 다 강의는 오래 해온 사람들이지만, 학교 강의는 또 결이 다르잖아요. 실제로 해보니 어떤가요? 장단이 있나요?

곽 : 많이 다르죠. 우리 같은 작가들은 주로 '강연'을 하잖아요. 한 번 만나서, 한 번의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전하지만 그래도 한 번만 만나고 바로 헤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그 이후에 그분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직접 보는 게 쉽지 않아요. 근데 학교 수업은 한 학기 동안 학생들과 호흡을 같이 하잖아요. 이분들이 어떻게 변화해 가시는지를 아주 가까이서 보게 돼요. 그게 참 보람이 커요. 대신 강의안도 훨씬 긴 호흡으로 짜야 해서 어렵지만, 그만큼 좋은 도전이기도 하고요.

장 : 명상과 심리학을 결합한 수업이라고 들었어요. 과목명이 '마인드풀니스 심리학'이었죠?

곽 : 네. 사실 이런 형태의 강의 선례가 거의 없어서, 강의의 흐름이나 틀을 거의 처음부터 만들고 있어요. 부담도 되지만, 그만큼 제가 걸어온 공부를 정리해서 나누는 느낌도 있어요.

장 : 그러고 보니 석사는 한양대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하셨고, 박사는 동국대 선학과에서 초기 불교 경전을 연구하셨고... 학생들 '변화'를 지켜보신다고 했는데, 사실 정은님 본인도 변화가 굉장히 계속 이어지는 느낌도 있네요? 제가 알기로 석박사 전공이 다르면 교수 임용이 상당히 어렵다고 알고 있는데, 처음부터 '나는 교수까지 가야지'라는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었나 봐요?

곽 : 네. 완전 생각도 안 했어요.(웃음) 처음 석사 진학할 때는, 솔직히 말하면 어릴 때부터 평생 살아온 관성 때문에 간 거였거든요. 저는 어릴 때부터 늘 증명하고 인정받으려는 방식으로 살아왔던 것 같아요. 적당히 공부 잘하는 아이였고, 그래서 어느 정도 좋은 학교를 나왔고, 직장에서도 인정받았고. 이혼 이후에는 도저히 내 마음을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워서 그 갈증으로 책을 썼고, 그게 또 방송과 라디오로 이어져 많은 사랑을 받게 됐고요. 그러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사랑이나 연애 이야기를 한다는 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 이야기를 하는 건데, 내가 정말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 맞는 걸까?"

상담심리 석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공부를 마치고 학위를 따면 나라는 사람이 조금은 '자격 있는 사람'이라는 인정의 시선이 더해지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곽정은

장 : 어? 그 지점은 몰랐네요. 저는 사실 곽정은이라는 사람이 '연애 칼럼니스트 곽정은'이라는 정체성을 떠나서 '명상가 곽정은'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되게 오래 준비해오셨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오랜 준비의 화룡점정으로 교수가 되신 거다, 약간 이렇게요.

곽 : 전혀요.(웃음) 솔직히 처음에 석사를 진학할 때는 박사를 할 거라는 생각도 못 했고, 박사를 생각한 적이 없으니 교수를 목표로 한 적도 없었어요. 그냥 "이 일을 하는 만큼은 좀 더 공부한 사람이 되고 싶다" 정도였달까요.

장 : 그러다 박사를 결심하신 계기는 뭐였나요? 사실 박사는 논문이라는 큰 벽도 있고, 석사랑은 부담감의 정도가 또 많이 다르잖아요.

곽 : 석사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동양철학 공부를 하고 싶다' 정도였어요. 석사 졸업 후 1년이 되어가던 즈음에, 서장훈 씨가 녹화 도중에 저를 '곽박사'하고 불렀던 순간이었죠. 사실 늘 그 호칭을 들어와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그날은 그 말이 그렇게 귀에 꽂히고 갑자기 가슴이 뛰더라고요.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제 안에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죠. 근데 박사는 석사랑 정말 달랐어요. 상담심리에서 불교 선학, 명상 전공으로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온 거잖아요. 이 분야는 논문 같은 연구도 필요하지만, 실제로 '수행'을 반드시 해야 해요. 하루에 8~9시간씩 앉아 명상하는 수행처에 들어가서, 무릎이 깨지고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시간을 버텨야 하거든요. 그 과정이 정말 힘들었는데, 그 시간들 속에서 제가 평생 관성처럼 붙들고 살던 "인정받고 싶다", "증명하고 싶다"는 욕망이 서서히 내려놓아지더라고요.

장 : 정리하자면, 석사과정은 '감투욕심이나 다름없었던 인정욕구'였고, 박사과정은 그 인정욕구를 내려놓는 과정이었네요.

곽 : 오, 네. 정말 그래요. 지난 40년은 "나를 증명해야겠다"는 욕구를 동력으로 지낸 삶이었다면, 지금은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를 묻는 시기로 넘어온 느낌이에요. 40대 후반에 이 화두를 만난 건, 저는 정말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더 이상 젊지 않고, 피부 탄력도 내려놓아야 하고, 화려한 파티도 재미 없어지는 시기잖아요. 그 시기에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라는 인생 과제를 만났다는 건, 저에겐 큰 축복이에요.

장 : 그 말씀 들으니 생각이 나네요. 인터뷰 시작 전에 스몰토크 하다가, 스치듯 그렇게 말씀하셨거든요. 기억나세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덜 외로운 시기"라고 하셨는데 제가 알기로 혼자 지내신 지는 꽤 되지 않았나요? 많은 사람들이 '혼자 있는 시간'과 '외로운 시간'을 거의 같은 것으로 느끼는데, 정은님은 아니군요?

곽 : 네, 누굴 만나지 않은지는 꽤 된 것도 맞고, 지금이 외롭지 않은 것도 맞아요. 예전에는 혼자 있으면 자동으로 외로워졌어요. 누군가와 있다가 그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 동시에 내 안에서 어둠이 확 올라오는 느낌이 싫으니까, 계속 사람을 만나고, 술을 마시고, 뭘 배우러 나가고, 계속 뭔가를 외부에서 가져오려고 했죠. 근데 명상을 깊이 하다 보면, 그 시간을 반드시 통과해야 해요. '나 혼자'가 불편했던 진짜 이유가, 사실은 "나와 단둘이 있어본 적이 없어서"였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장 : 얼마 전에 내신 책 제목인 '어웨어니스(AWARENESS)'랑도 연결되는 지점인 것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이 똑같아도, 그걸 '외로움'으로 해석하느냐, '고독'으로 해석하느냐가 완전히 달라지는 건 결국 인지하고 알아차리는 영역 같기도 하고요.

곽 : 맞아요. 고독은 자발적인 선택이거든요. "지금은 내가 나와 함께 있어야겠다"라고 의식적으로 선택한 시간에는, 평온이 존재할 수가 있다는 거죠. 예전에는 관계 자체가 목표였어요.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해", "내가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해야 해." 근데 지금은 관계가 목표가 아니라 지표가 된 것 같아요. '나의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요. 내가 편안하면 관계도 편안해지고, 내가 흔들리면 관계도 흔들리고 그런 거죠. 그래서 지금은 인간관계에 대한 갈증이 거의 없어요. 누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도 괜찮고, 누가 나를 오해해도 괜찮아요. 오히려 그게 저를 더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장 : 방금 이야기들이, 정은님의 요즘 책과 활동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의지처'와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곽 : 네. 부처님의 마지막 유언이기도 하잖아요. "너 자신을 너의 의지처로 삼아라."

장 :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이라고 하던가요? 한자로요.

곽 : 네. 자등명, 법등명을 문자 그대로 풀면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아라'라는 뜻인데, 팔리어 원어를 보면 해당 단어가 '등불'로도 해석이 되지만, '섬'(island)으로도 번역할 수 있거든요. 저는 그래서 섬 쪽에 좀 더 비중을 둬서 등불이면서 동시에 내가 쉴 수 있는 작은 섬 같은 곳으로 해석을 해서 '의지처'라고 하는데요. 우리는 보통 부모님, 연인, 직장, 돈 같은 외부 것들에 기대서 살아가게 되거든요. 저도 그랬고요. 그런데 명상과 경전 공부를 통해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니까, "내가 나의 의지처가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고, 아무도 나를 대신 살아주지 않아요. 아무리 좋은 관계도, 안정적인 직장도, 높은 성취도, 영원히 나를 대신 살아줄 수는 없죠. 결국은 내가 나를 데리고 살아야 해요. 이 사실을 몸으로 이해하기 전까지는, 평생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 해요.

"나 좀 안아줘"
"나 좀 붙잡아줘"
"나 좀 인정해 줘"

근데 그걸 아무리 받아도 채워지지 않아요. 왜냐하면 출발점이 결국 '나 자신에 대한 결핍'이기 때문에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결핍의 시기를 지나 '내가 나의 의지처가 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인 것 같아요.

장 : 사실 말씀하신 이 지점이, 많은 사람들이 정은님을 바라보며 느끼는 약간의 당혹감이기도 한 것 같아요. 예전에 정은님은 '가장 에로스적인 연애와 이별, 눈물 이야기'를 해주던 사람이었잖아요. 우리랑 똑같이 상처받고, 울고, 연애하던 사람.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처럼 아프고 연애하는 나를 닮은 사람"의 얼굴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명상과 수행, 내려놓음을 말하는 곽정은이 나타난 거예요. 뭐랄까... "연애 칼럼니스트로 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다 깨달은 성녀가 돼서 돌아온 것 같다"라고 느끼는 분들도 있더라니까요.(웃음)

곽 : 성녀요?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장 : 아니 진짜라니까요.

곽 :
하하, 요즘 뭐 종교지도자 같이 말한다는 말은 좀 듣고 있는 걸 보니,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어요. 아무래도 '명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산속에 들어가 삭발하고, 세속을 떠나 사는 사람들. 도포자락 휘날리며 면벽 수행 하는 사람들. 그런 이미지에 저를 겹쳐 놓으면, "어? 연애 얘기하던 사람이 갑자기 성녀가 된 거야?"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명상은 그런 극단적인 '결과'가 아니에요. 물론 명상이 특별한 의식훈련인 것은 맞지만,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삶의 방식'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명상을 한다는 것은 '아는 마음'을 훈련하는 것이에요. 자기 생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면 자기가 만든 마음의 괴로움에서 빠져나올 방법도 알 수 있게 되죠. 지난 10년 동안 명상을 진지하게 공부하고 수행하면서, 이 좋은 것을 세상에 더 널리 전하겠다는 소명으로 나아간 것은 저에겐 그저 자연스러운 여정이었어요. 기자였을 때나, 방송을 할 때나, 저는 언제나 제가 알고 있는 좋은 것들을 타인과 나누는 일을 해왔으니까.
곽정은

장 : 그래서인지, 저는 요즘 정은님의 행보를 보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책을 계속 내시고, 학생들을 더 긴 호흡으로 가르치는 일을 하시고, 명상과 수행, 의지처 이야기를 더 많이 전하려고 하시고요. 사람들이 진짜로 변할 수 있게, 좀 더 긴 시간 동안 곁에 있어주려는 선택들 같달까요. 그런데 아주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솔직히 요즘 정은님이 고르는 일들은 말하자면 '큰돈은 안 되는 일들' 쪽에 가깝잖아요? 왜 이렇게 수익성만 놓고 보면 손해 보는 선택들만 골라서 하시는지, 그게 저는 솔직히 더 궁금했어요. 이게 명상을 하면서 점점 내려놓고, 세속적인 것에 초연해져서 나온 선택들인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종류의 욕망인지.

곽 : 말씀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조금 더 이타심에 가까운 마음으로 선택한 것도 맞고, 돈이 안 되는 선택인 것도 맞고요. 다만 "나는 이제 세속적인 것을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 이런 쪽은 아니에요. 명상은 세속을 버리는 방법이 아니라, 세속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거든요. 머리 깎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길만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저도 여전히 세속 안에서 살아가고 있고, 제가 공부해 온 명상이라는 훌륭한 마음 돌봄 도구를 통해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장 : 더 많은 영향력이라 하시니 확실히 '다 내려놓고 세속을 초월한다'라는 느낌이랑은 다른 것 같긴 하네요. 지금 말하는 그 '더 많은 영향력'이라는 것은 이전과는 방향이 다소 달라진 것이겠죠?

곽 :
네, 맞아요. 예전에는 그저 나 자신이 멋진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면, 이제 변했죠. 내가 해온 공부를 통해, 한국사회에 '건강한 균열'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마음의 강박과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 오랜 기본값이 되었던 한국사회에 '정말 무엇이 중요한가'라는 철학적 화두를 던지는 데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균열과 동시에 빈틈을 메꾸는 일도 하고 싶어요.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지, 마음의 공허감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심리학과 불교철학이 겹치는 지점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정책적인 변화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길 바라요. 그것이, 대중과 오랫동안 소통한 제가 시민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형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장 : 그런 결심을 하는 과정들이 사실 이번 책 내용 안에서도 다 전해지잖아요, 저는 뭔가 '내면으로의 귀가(歸家)'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바깥에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서 헤매던 한 사람이, 아주 긴 여정을 지나 결국 자기 마음의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같달까요.

곽 :
그렇죠. 이번 책에는 제 여정이 정말 가감 없이 담겨 있어요. 예전에는 "작가", "방송인", "유명인" 같은 명사에 많이 집착했어요. 그 명사가 나를 증명해 주길 바랐죠. 근데 지금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살고 싶어요. 나누고, 배우고, 수행하고, 돕고, 연결하는 사람. 사실 갑자기 생긴 마인드는 아니고, 기자일 때도, 작가일 때도, 방송을 할 때도, 결국 제가 하고 싶었던 건 '나눔'이었던 것 같아요. 미숙했지만, 내 기사로 누군가가 조금 더 알게 되고, 방송을 보며 잠시라도 가벼워지고, 책을 읽으며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요즘에는 "내가 다음 시기엔 어떤 직업이 될 것인가"보다 "나는 어떤 동사로 살아갈 것인가"를 더 많이 떠올려요. 직업은 시대에 따라 사라질 수도 있지만, 동사는 남으니까요.

장 : 마지막으로, 이 질문은 매월 공통 질문인데요. 요즘 정은님 마음이 가장 많이 가는 사람들은 어떤 분들일까요? 그리고 그분들에게 한 문장, 혹은 짧은 메시지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곽 :
저는 늘, "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이 떠올라요. 관계에서든,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끊임없이 나를 증명하고 인정받으려고 하다가 소진된 분들. 예전의 저와 많이 닮아 있는 분들이죠. 저 역시 40년 가까운 시간을,

"잘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
"더 이뤄야 괜찮은 사람이다"
라는 믿음 아래에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그 기록과 애씀을 이번 책에 숨김없이 담았고요.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그 모든 욕망을 아주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었을 때 알게 됐거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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