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잔해로 뒤덮인 거리를 지나 신랑 신부들이 도착하자, 주민들이 깃발을 흔들며 박수와 환호로 이들을 맞습니다.
2년 가까운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의 광장에서 54쌍의 합동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아랍에미리트가 후원하는 인도주의 지원 사업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팔레스타인에선 원래 결혼식을 며칠에 걸쳐 온 동네가 함께 즐기는 전통이 있었지만, 6만 명이 넘게 숨진 잔인한 전쟁으로 지난 2년 동안 이런 풍경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때문에 오랜만에 음악과 춤이 함께 하는 이 결혼식이 가자 주민들에겐 더욱 뜻깊고 소중합니다.
[오사마 라와/신랑 아버지 : 전쟁 상황은 아주 끔찍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장을 시작하려 합니다.]
약혼한 지 오래됐지만 전쟁으로 결혼을 미뤄온 이들.
상당수는 그 사이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걸 지켜봐야 했습니다.
팔레스타인 전통 자수로 장식된 웨딩드레스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짓던 신부는 이스라엘 폭격으로 숨진 부모 생각에 결국 눈물을 짓습니다.
[에만 하산 라와/신부 : 크나큰 기쁨이지만, 가족들이 함께할 수 없어 불완전한 기쁨입니다.]
긴 고통을 잠시 잊고 서로의 손을 꼭 잡은 가자의 신랑 신부들.
이날만큼은 작은 행복을 꿈꿔봅니다.
[히크맛 라와/신랑 : 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집이나 일자리를 갖기를 바랐습니다. 그저 소박한 삶을 원할 뿐입니다.]
평범한 삶이 사치가 되어버린 가자.
폐허 속 합동결혼식이 전쟁에 지친 이들에게 잠시 희망을 줬지만, 지난 10월 휴전 이후에도 계속되는 폭격으로 340여 명이 숨지는 등 평화는 위태롭기만 합니다.
(취재 : 곽상은, 영상편집 : 김종태,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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