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미군이 마약 밀수 의심 선박을 공격한 뒤 생존자들의 모습이 포착되자 2차 공격으로 이들을 숨지게 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그런 행위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AP통신이 보도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런 2차 살상 공격은 평화 시의 법과 무력 충돌에 적용되는 법 양쪽 모두에 위반됩니다.
이는 미국이 마약조직들과 "무력 충돌" 상태라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이 옳고 그름과 무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미 공군 군법무관 복무 경력이 있는 국제법학자 마이클 슈밋 해군전쟁대학 명예교수는 "물에 빠져 배를 붙잡고 있는 사람들을 죽여버리는 것이 적절한 행위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나로서는 상황이 어떻든 간에 상상이 가지 않는다"며 "명백하게 불법"이라고 AP통신에 설명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마약조직들과 무력 충돌 상태라는 주장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면서, 무력 충돌 상태라고 부르려면 마약조직들이 미국인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마약을 밀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미국을 상대로 강도 높은 폭력을 행사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슈밋 교수는 미국이 무력 충돌 상태가 아닌데도 이런 행위를 저질렀다면 국제인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즉각적 위협이 있는 경우에만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설령 무력 충돌 상태라고 하더라도 '포로 수용을 하지 않는다', 즉 '상대편 전투 참가자를 모조리 죽여버리겠다'는 선언은 할 수 없다는 원칙이 확립된 지 100년이 한참 넘었다고 말했습니다.
매슈 왁스먼 컬럼비아대 법학 교수는 무력 충돌 상태 여부에 대한 논란이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기구를 통해 정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은 로마 조약에 서명하지 않아 ICC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국의 우방국들이 각자 자국법이나 국제법 위반으로 판단하는 군사작전에 대해서 정보 공유를 거부하면서 미국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왁스먼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선임고문이며 국무부에서 법률사무를 맡았던 브라이언 피너케인 변호사는 "무력 충돌이 아닌 상황에서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행위는 살인죄에 해당한다"며 미군 병사들이 미국 법정에서 기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국방부 매뉴얼에는 지난 9월 선박 공격과 유사한 시나리오에 대해 "예를 들어, 난파된 사람에게 사격하라는 명령은 명백히 불법"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런 경우 군인들이 불법적 명령에 복종하기를 거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백악관은 1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지난 9월 작전에서 베네수엘라 근처 해역에서 마약 밀수 의심 선박을 공격한 후에 생존자들에 대한 2차 공격이 이뤄졌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이런 추가 공격이 "자위"(self-defense) 차원에서 무력 충돌 법규를 준수하며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공격에 대한 언론 보도를 계기로 미국 의회에서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아울러 최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촉구했듯이 군인들이 불법적 명령에 복종하기를 거부해도 되느냐는 논쟁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나온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해당 공격을 명령하면서 "모두 죽여버리라"(kill everybody)는 작전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미군은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보트를 미사일로 공격한 뒤 선원 9명이 숨졌으나 생존자 2명이 선박 잔해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드론 영상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 후 이 공습을 지휘한 합동특수작전사령부 사령관인 프랭크 브래들리 해군 대장은 헤그세스 장관이 내린 전원 사살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2차 공격을 지시했고 생존자 두 명을 마저 살해했습니다.
당시 브래들리 사령관은 보안 콘퍼런스콜에 참석한 군인들에게 생존자들이 다른 마약 밀매자들에게 연락해 보트에 실린 마약을 수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생존자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법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공격은 트럼프 행정부가 카리브해 해역에서 마약 밀매 퇴치를 명분으로 내세워 한 선박 공격 중 최초 사례였으며, 그 후 20여 건의 공격이 추가로 이뤄져 모두 80여 명이 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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