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오산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불이 나 5층에 살고 있던 주민 1명이 숨졌습니다.
화재는 당시 2층에 거주하고 있던 20대 여성이 라이터와 스프레이 파스를 이용해 바퀴벌레를 잡으려다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 당시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소방 관계자: 음식물 배달 폐기물이나 이런 것들이 (방안에) 많이 쌓여 있는 상태였어요. 주변에 비닐 포장지 이런 데서 불이 붙었는데 이게 너무 빨리 확산되다 보니 자기가 끌 수 없었다. 최초 착화물이 그런 거죠.]
바퀴벌레를 잡으려다 났던 불이 방치된 폐기물에 옮겨 붙으며 순식간에 확산됐던 겁니다.
20대 여성이 혼자 살던 다섯 평 남짓 한 방에서 생활 쓰레기만 두 트럭이 나왔습니다.
집 안에 생활 폐기물을 쌓아둔 것으로, 이 여성은 방이나 집 등 제한된 장소에만 머물며 타인과 관계나 교류가 거의 없는 이른바 '은둔 청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여성뿐만이 아닙니다. 20대 중후반의 또 다른 은둔 청년 A 씨의 집. 6개월간 방치된 집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생활 폐기물로 가득 차 있습니다.
3달 전 배달시킨 음식 영수증이 붙어 있는 봉지와 먹다 남은 음식물도 고스란히 발견됐습니다.
[A 씨/은둔 청년: '나중에 치워야지 치워야지'하면서 날파리가 꼬이고 '그래도 치워야지'라고 인지를 하고 있는데 몸이 안 움직여요 무기력해서.]
A 씨가 무기력감에 빠져 쓰레기 더미와 함께 고립돼 있던 사이, 폐기물은 800kg 넘게 쌓였습니다.
[김은재/특수 청소업체 현장 담당자: 1인 가구들이 늘어나고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까지 많이 찾아요.]
가족이나 친구, 사회로부터 격리돼서 스스로를 집 안에 가두는 은둔 청년들, 그들이 숨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종현/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직장을 얻어야 하는 거고 결혼을 해야 하는 거고 어떤 획일주의적인 규범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보니까 은둔 청년들은 그와 같은 사회적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생각을 할 수가 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계속 상처를 받느니 '나 혼자 집에 있을 때가 더 마음이 편하다' 이렇게 판단하게 되면 집에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취재: 이선용 / 구성: 이서정(인턴) / 영상편집: 김수영 / 디자인: 육도현 / 제작: 모닝와이드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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