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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직원까지 가담한 대포통장 유통 조직, 경찰에 덜미

은행 직원까지 가담한 대포통장 유통 조직, 경찰에 덜미
▲ 보복 사진

월 100만 원을 지급하는 대가로 통장을 모집해 불법 도박사이트 등의 자금을 관리하는 돈세탁 조직에 유통한 대포통장 조직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이 조직에는 제1금융권 은행의 콜센터에서 일하는 은행 직원도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범죄단체조직,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포통장 유통 조직, 일명 '장집'의 총책 30대 A 씨 등 59명을 검거하고, 이 중 7명을 구속했다고 오늘(14일) 밝혔습니다.

A 씨 등은 2023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불법 고수익 아르바이트 중개 플랫폼인 하데스 카페 및 텔레그램 채널 등을 통해 개인명의 통장을 모집하면서, 계좌 명의자에게 '월세' 명목으로 매월 100만 원씩의 사용료를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매입한 101개의 대포통장을 도박 사이트나 성매매 사이트에서 번 부당이득, 혹은 보이스피싱 피해금 등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 조직에 넘기면서 계좌 1개당 300만 원 및 일 사용료 13만 원씩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통장 모집글 (사진=경기남부경찰 제공, 연합뉴스)

이번 범행에 앞서 A 씨는 관리책·출동팀·상담팀·모집팀으로 구성원 간 역할을 분담한 조직을 설계했습니다.

이들 조직은 A 씨의 지시 아래 통장을 모집하면서 계좌 명의자가 통장에 입금된 자금을 인출해 도주하는 경우, 이른바 '먹튀'에 대비해 신분증, 가족 관계 증명서, 가족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는 물론 음식 주문 내역까지 사전에 받아뒀습니다.

A 씨 등은 먹튀 상황 발생 시 끝까지 쫓아가 보복하겠다고 겁박하는 한편 수사기관에 적발되면 조사 매뉴얼을 제공하고 벌금도 대납해주겠다는 회유로 계좌 명의자들을 관리했습니다.

아울러 대포통장 유통 조직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불법 자금 세탁 조직에는 통장 대여부터 사고 처리까지 확실한 'AS'를 보장했습니다.

불법 자금 세탁 조직의 가장 큰 고충은 상대 조직이 고의로 입금하는 소액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이었습니다.

불법 자금 세탁 조직이 거래를 맺고 있는 도박이나 성매매 등 불법 사이트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보니 상대방 영업에 차질을 빚게 하기 위해 그들이 사용하는 대포통장을 거래 정지시키는 작업이 횡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작업은 상대 조직이 사용하는 대포통장에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소액만 몰래 송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합니다.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시 피해금이 거쳐 간 계좌는 모두 거래 정지가 되는데, 당장 쓸 수 있는 대포통장이 마비 상태가 돼 버리면, 불법 사이트 입장에서는 영업에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불법 자금 세탁 조직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대포통장에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입금되자마자 송금 계좌의 정보를 파악해 동일 금액을 해당 계좌로 되돌려 '없던 일'이 되게 만드는 게 필수적이었습니다.

A 씨는 이런 점에 착안, 온라인을 통해 "은행 직원 모집. 당사자만 조심하면 절대 걸리지 않음"이라는 글을 올려 제1금융권의 모 은행 콜센터에서 보이스피싱 피해 담당자로 일하는 20대 여성 B 씨를 조직에 가담시켰습니다.

이어 고객인 불법 자금 세탁조직으로부터 "불상의 금액이 통장에 들어왔다. 상대 조직이 입금한 소액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으로 보이니 조회해달라"는 취지의 요구가 있으면, 신속히 B 씨에게 송금 계좌 번호 조회를 의뢰했습니다.

본인의 주 업무가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에 따른 계좌 거래 정지였던 B 씨는 A 씨 측의 요청이 있을 때면 송금 계좌 번호를 알려줬습니다.

경찰은 B 씨가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6차례에 걸쳐 건당 30만 원을 받고 A 씨 측에 정보를 건넨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A 씨는 B 씨를 통해 은행 전산망으로 확인한 입금 계좌를 불법 자금 세탁 조직에 제공해 대포통장의 거래 정지를 방지하며 범행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A 씨 등은 조직 내에 '출동팀'을 두고, 먹튀를 한 대포통장 계좌 명의자를 추적해 보복했습니다.

출동팀은 지난해 11월 대포통장 계좌 명의자인 30대 C 씨가 자신의 통장에 입금된 2천200여만 원을 인출해 도주하자 직접 찾아 나서 두 달여 만에 C 씨를 붙잡았습니다.

이들은 C 씨를 야산으로 끌고 가 쇠 파이프로 폭행하고, 스스로 이발기로 머리를 깎게 한 뒤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대포통장 계좌 명의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텔레그램 채널에 올렸습니다.

한번 빌려준 대포통장에 함부로 손을 대면, 그 끝은 C 씨와 같을 것이라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것입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A 씨의 장집에서 분리돼 나온 다른 장집에서 일하다 탈퇴한 조직원으로부터 첩보를 입수, 수사한 끝에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A 씨 등을 모두 검거했습니다.

경찰은 은행원인 B 씨를 제외한 조직원 58명에 대해 범죄단체조직죄를 의율하고, 출동팀에는 공동강요 및 특수강도 혐의를 추가 적용했습니다.

B 씨에 대해서는 우선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으며, 범죄단체조직 혐의도 추가할 방침입니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시가 6억 4천만 원 상당의 롤스로이스 등 고가 차량과 귀금속을 압수하고, 범죄수익으로 확인한 17억 5천200여만 원을 기소 전 추징 보전 신청했습니다.

(사진=경기남부경찰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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