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실상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북한 공식 매체들의 보도는 검열을 거친 당국의 선전에 불과하고, 대북 민간단체들의 전언은 그야말로 전언이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북한 정보는 많지 않은데, 일본의 '아시아프레스'가 지난 9월 북중 국경 지역의 중국 쪽에서 북한 지역을 촬영한 영상과 사진들이 입수됐습니다.
'아시아프레스'는 북중 국경 지역을 따라 북상하면서 북한의 신의주, 의주군, 혜산 등지를 촬영했습니다. 125배까지 확대되는 고성능 카메라를 사용한 결과 상당한 깨끗한 화질의 북한 모습이 담겼는데, 특징적인 몇 장면만 살펴보겠습니다.
장면 1 - 베란다에 용변
먼저, 중국 단둥 쪽에서 평안북도 신의주의 신규 주택 단지를 촬영한 모습입니다. 이 지역은 지난해 중반 압록강 홍수로 폐허로 변한 뒤 대대적인 복구작업을 벌여 지난해 말 김정은 총비서 참석 하에 '살림집 준공식'까지 가졌던 곳입니다.
강 건너 중국 쪽에서 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이는 주택들이었지만 고성능 카메라로 확대해 보니 완공 9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집들은 곳곳에 칠이 벗겨지고 여기저기가 낡아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애초부터 날림공사가 됐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주택 곳곳에 벌써 칠이 벗겨졌다. '아시아프레스' 촬영
한 아파트의 고층 베란다가 카메라에 찍혔는데, 한 아이가 쭈그리고 앉아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얼마 뒤 이 아이는 일어나서 바지를 추켜올렸는데, 베란다에 용변을 본 것이었습니다.
베란다에 용변을 보고 바지를 올리는 아이. '아시아프레스' 촬영
도대체 왜 베란다에 용변을 본 것일까?
화장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어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에서는 전력 부족으로 아파트 고층에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아파트의 화장실에도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탈북민들 말을 들어보면, 아파트 고층에 사는 사람들은 생활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물을 계단으로 날라야 하는 경우가 많고, 화장실에 물이 없으니 용변을 처리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합니다. 용변을 보면 종이에 싼 뒤 아래로 내려와서 처리하든 해야 하는데, 일부는 고층에서 그대로 던져버려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곳 신의주 신규 주택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장면 2 – 남녀 구분 없는 노력 동원
압록강 연안에서는 여전히 많은 북한 군인들이 동원돼 일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됩니다. 남자뿐 아니라 여성 군인들도 많습니다.
중장비가 부족하니 주로 사람들의 힘으로 공사가 이뤄지는데, 흙을 퍼 나르는 여성 군인들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매일 같이 진행되는 고단한 작업에 한쪽에서 웅크리고 졸고 있는 여군, 그 옆에서는 이런 와중에도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여군도 눈에 띕니다.
피곤한 듯 졸고 있는 여군과 그 옆에서 머리 정돈하는 여군. '아시아프레스' 촬영
공사에 동원된 군인들의 식사 장면도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노란 옥수수밥을 먹는데 깔판도 없는 흙바닥에 밥그릇을 놓고 먹고 있습니다. 세숫대야에서 무엇인가를 퍼서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사람도 있는데, 물에 된장을 타서 섞은 장국이라고 합니다. 국 대용으로 이걸 나눠주는 겁니다. 하루 종일 고된 노동에도 식사의 질은 물론 식사 환경조차 매우 열악한 상황입니다.
흙바닥에서 옥수수밥을 먹는 북한 군인들. '아시아프레스' 촬영
공사 현장 주변에서는 작업에 동원된 군인들의 숙소도 포착됐습니다.
파란색 비닐로 덮은 시설은 마치 피난민 숙소 같아 보입니다. 작업을 마친 뒤 제대로 씻을 곳이나 있는지 의문인데, 숙소 바깥에는 '김정은 동지의 말씀을 철저히 관철하자'는 내용의 선전구호만 걸려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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