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양경찰관 이재석(34) 경사의 소속 파출소는 사고 당일 행락객·낚시객 증가에 따른 위험성을 예상하고도 근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어제(17일)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의원실이 입수한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근무일지를 보면 지난 10∼11일 상황 근무 지시사항(주안점)으로 "행락객 및 낚시객 증가로 사고 발생 위험 증가 예상"이라는 내용이 기재됐습니다.
또 "긴급상황 발생 대비 즉응태세 유지 철저, 민간해양재난구조대 섭외 및 유관기관 정보공유 철저, 복무관리 및 기본 근무 철저" 등 지시사항도 적혔습니다.
당시에는 밀물 수위가 가장 높아지는 '백중사리 대조기'를 맞아 인천해양경찰서가 안전사고 위험예보 주의보(6∼13일)를 발령한 상태였습니다.
백중사리 대조기는 음력 7월 15일(백중) 3∼4일 전후로 밀물과 썰물에 따른 바닷물 높이 차이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기간입니다.
인천해경서는 당시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평소보다 크고 물의 흐름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연안 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다"면서 "사고에 대비·대응하기 위해 조석 시간에 맞춰 해상·육상 순찰을 더욱 강화하고 긴급 출동 태세를 유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영흥도 갯벌에서 해루질하던 중국 국적 70대 A 씨가 고립된 현장에는 2인 출동 규정도 지켜지지 않은 채 이 경사 혼자서 출동했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당시 파출소 당직자는 모두 6명이었으나 이 중 4명이 규정보다 많은 휴게시간을 같은 시간대에 부여받은 탓에 이 경사와 당직 팀장 등 2명만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이 경사가 바다에서 실종된 후 실질적인 구조 장비가 투입될 때까지는 40분가량이 소요됐고, 직원들은 해상 순찰차 예비키를 제때 찾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근무일지에는 이 경사의 계급조차 '순경'으로 잘못 적혀있는 등 부실하게 관리됐고, 휴게시간은 6시간에서 3시간으로 축소해 허위로 작성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당직 팀장은 2인 1조로 출동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실종 당일 유가족과 통화에서 "인원이 많으면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안전에는 크게 우려되는 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12일에는 유가족에게 "재석이가 (추가 인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제가 제대로 듣지 못한 것 같다"며 "그 말을 들었다면 추가 인원을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라고 했습니다.
이 경사 출동 당시 휴게시간이었던 당직 동료들은 "당일 주꾸미 낚시어선 안전관리 때문에 오전 4시부터 연안구조정으로 순찰팀이 나가야 했다"며 "당직 팀장이 직원들 피로도를 감안해 휴게시간을 조정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그러면서 "관련 규정에 파출소장은 업무 수행상 부득이한 경우 소속 근무자의 휴게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며 "당일 소장의 업무를 대행한 팀장의 권한과 지시로 6시간씩 휴게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근무일지와 실제 휴게시간이 다르다는 지적에는 "파출소 및 출장소 운영 규칙에 따라 근무일지 작성 주체는 순찰팀장"이라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