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떠한 처벌이라도 달게 받고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운전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청년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수의를 입은 채 피고인석에 선 A(51) 씨는 지난해 8월 1심 법정에서 울먹이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소중한 가족을 잃은 슬픔에 부둥켜안고 흐느끼는 유족들과 굳은 표정의 재판부를 향해서는 연신 고개를 숙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A 씨를 무겁게 꾸짖으면서도 검사가 구형한 징역 7년 6개월보다 낮은 징역 6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곧장 항소했고 A 씨 또한 판결에 불복하면서 피해자의 기일을 한 달 앞둔 오늘(20일)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렸습니다.
항소심은 단순히 형의 경중을 따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어떠한 벌도 달게 받겠다던 A 씨는 1심과 달리 돌연 음주운전을 부인했습니다.
경찰의 뒤늦은 음주 측정으로 최소한의 수치만 적용된 채 법정에 섰지만, 이조차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늘 A 씨에게 적용된 혈중알코올농도 0.036%를 풀어 설명하는 데 10분 넘는 시간을 써야 했습니다.
검찰이 '위드마크' 공식으로 적용한 수치는 피고인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널리 알려진 신빙성 있는 통계 자료를 기반했기 때문에 충분히 믿을만하다고 항소심 재판부는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에서 A 씨가 보인 참회의 속뜻을 되물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반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피고인은 적지 않은 합의금을 유족에게 지급했다"며 "피고인은 1심에서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진술하기도 했다"고 되새겼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현재 잘못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반성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1심에선 범행을 자백했던 피고인은 항소심에서는 음주운전을 부인하면서 되레 거액의 사고 부담금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의아해했습니다.
또 "음주운전 사고부담금은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피고인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책임"이라며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음주운전을 부인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넘어선 일탈 내지는 남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늘 '형이 너무 가볍다'는 검사의 항소 이유만을 받아들여 A 씨에게 원심보다 1년 높은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지난해 6월 27일 오전 0시 45분 음주 상태로 자신의 포르쉐 파나메라 차량을 몰다가 B(21) 양과 그의 친구가 탄 스파크 차량을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B 양은 숨지고 조수석에 탄 친구도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중태에 빠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