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 씨에게는 같은 길을 걷는 형이 있습니다. 바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김기완 씨입니다.
김기민 씨가 출연한 골라듣는 뉴스룸 커튼콜에 '매니저'로 따라왔다가 즉석에서 합류한 김기완 씨에게 동생이 국립발레단 객원 주역으로 춤춘 '라 바야데르'를 본 감회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이 발레리노 형제가 함께 서는 무대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도 많은데요, 과연 어떤 작품으로 볼 수 있게 될까요? 발레리노 형제의 유쾌한 수다 들어보세요.
조지현 기자 : 형 김기완 씨가 잠시 함께 자리했는데요. 지금 본인만 혼자 동생에 비해 분장을 안 해서 굉장히 걱정하시지만, 티 하나도 안 나시죠? 보는 분들은.
김수현 기자 : 즉석에서 그렇게 됐어요.
조지현 기자 : 밖에서 긍정과 부정을 번갈아 하셨었기 때문에,
발레리노 김기완 :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김수현 기자 : 기민 씨가 뭐라고 막 하면... '아니다' 이러고만. 그러고 계셨어요.
조지현 기자 : 그래서 동생 얘기 들으면서 '저거는 내가 좀 얘기해야겠는데' 이런 게 있으셨을 것 같아요.
김기완 발레리노 : 몇 개가 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편하게 할 수 있는 방송에서, 저는 동생이 굉장히 예술가로서 되게 위대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위대한 이면에 분명히 제가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동생의 슬픔을 좀 달래준 적도 많았고. 그런 이야기도 해야죠, 러시아에서 한 2년 동안...
김기민 발레리노 : 하려고 그러는데 형이 온 거야.
김수현 기자 : 아까 들어오기 전에 잠깐 얘기 들었는데 러시아 가시고 나서 좀 오랫동안 못 만나다가 러시아 가셔서 처음 만날 때, 그때 막 울고 막 그러셨다고.
김기완 발레리노 : 기억이 좀 상대적이긴 하지만 제 기억 속에는 공항에서, 러시아 풀코보 공항에 처음 내렸는데. 저는 그때 러시아가 처음이었어요. 10년도 더 됐는데, 동생하고 그때 러시아 선생님 친구분이었나? 같이 저를 픽업하러 나오셨어요. 그런데 동생을 못 찾겠는 거예요.
조지현 기자 : 너무 달라져서요?
김기완 발레리노 : 크게 달라진 건 아니었는데, 저한테는 소년이었다가 이제 20대로...
김수현 기자 : 아, 어린 동생이었는데.
김기완 발레리노 : 그리고 한 2년 정도 완전 타국에서 고생했잖아요. 그러면 저는 한국에서만 자란 거랑 또 환경이 다른 곳에서 자라는 거는 사람의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데 그 2년이 긴 시간이기도 하지만 얘한테는 더 긴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달라진 건 아닌데, 제가 정말 못 찾았어요. 러시아가 저한테 어색한 것도 있었겠죠. 그런데 동생은 그 선생님 친구분이랑 저를 바라보고 있었고. 제가 너무 놀란 거예요. 약간 미세하게 체격도 좀 더 남자가 됐었고. 그다음 장면이 거의 뭐 누가 보면 한 명만 성별을 바꿨으면 로맨스 영화였죠.
조지현 기자 : 폭풍 눈물.
김기완 발레리노 : 어제도 울었어요.
김수현 기자 : 아 진짜요? 공연 끝나고요? 보시면서?
김기완 발레리노 : 계속 얘기해도 되는 거예요?
김수현 기자 : 네네.
김기완 발레리노 : 그 공연이 일단 저는 너무 좋았어요. 왜냐하면 저도 무용수지만 무용수가 바라봐도 한국에서 이런 공연이 올라갈 수 있다는 거에 대해서 굉장히 감사하다는 느낌. 기민이와 또 저희 박세은 발레리나와 했던 공연이 굉장히 좀... 어떤 부분이 좋고, 어떤 부분이 안 좋고 이런 문제가 아니고 전체적으로 '이런 예술을 현역일 때도 관람할 수 있구나'라는 게 되게 좋았어요.
그러고 나서 무대를 갔는데 어쨌든 여기는 저의 직장이잖아요, 국립발레단은. 백스테이지에서 동생이 의상도 제 의상을 입고 공연을 했어요. 그걸 멀리서 바라보면서 너무 뿌듯한 거예요.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동생한테 박수쳐주고, 또 다리가 좀 안 좋은 상태였는데 공연이 잘 끝나고 하니까. 아까 MBTI 말씀하셨잖아요. 저는 엄청난 T입니다. 쓸데없는 눈물을 흘리지 않아요. 그런데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박수쳐주는 게 저한테는 그 러시아가 생각나는 거예요.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요.
십몇 년 전에 그렇게 고생을 시작했던 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보답을 받는구나. 너무 기쁜 거예요. 그러고 있는데 저만의 코드가 있었어요. 동생이 다른 사람들한테는 "형, 형" 이러는데 저한테 간간이 "형아" 이래요. 좀 징그럽죠? 징그러운데,
조지현 기자 : 애칭처럼?
발레리노 김기완 : 그렇죠.
김기민 발레리노 : 내가 그래?
김기완 발레리노 : 제 기억이 맞다면 "기완이 형아, 기완이 형아" 이러는 거예요. 찾다가. 그게 저도 웃긴 거죠, 거기서 왜 울어요. 그러고서 포옹하는데 눈물이 나오는 거예요.
김수현 기자 : 저도 막 되게 뭉클한데요.
김기완 발레리노 : 그러고 나서 운 걸 굉장히, 어제 밤새도록 얘기를 했는데, 후회하고 있는데. 그게 만약에 마린스키 극장이었으면 그분들도 저를 잘 모르니까 그냥 넘어가면 되는 일인데, 여기는 제 직장이고, 단장님부터 시작해서 모든 스태프분들 제가 항상 같이 공연하시는 분들인데. 심지어 이제는 제가 막내가 아니고 선배 라인이잖아요.
김수현 기자 : 그렇죠. 수석무용수인데.
김기완 발레리노 : 그 동생들이 저를 '왜 울고 있지?' 이런 식으로 보더라고요. 약간 좀 창피했다. 어쨌든 그런 해프닝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게 한국에서 동생이 공연을 해서, 또 저희 발레단에 와서 이렇게 훌륭하게 무대를 마친 것에 대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조지현 기자 : 이해돼요. 약간 엄마 마음인 것 같아요.
김기완 발레리노 : 엄청 놀렸어요, 저를.
김수현 기자 : 앞으로 몇 년간 계속 놀릴 계획인 것 같은데요. 아까 '언젠가 한 무대에 설 수 있겠지?' 그런 얘기가 잠깐 나왔는데... 어떤 작품을 하면 좋을까요? 혹시 얘기해 보신 적 있으세요?
김기민 발레리노 : 새로 안무가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클래식에는 두 명이 같이 나오는 게,
김수현 기자 : 별로 없죠.
김기완 발레리노 : 사실 클래식 무대에서는 한날한시에 공연을 한다면 분명히 한 명한테는 안 좋은 거죠.
조지현 기자 : 그렇죠. 카메오처럼. 어제로 치면 브라만으로 나와서 동생을 질투한다거나 그런 걸로.
김기완 발레리노 : 그렇게는 가능하겠지만 그럼 분명히 둘 중에 누군가 한 명이 조금은 자기 욕심을 버리고 들어가야 되는 공연이기 때문에. 주역은 한 명이니까.
김기민 발레리노 : 스파르타쿠스 같은 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수현 기자 : 그렇죠. 스파르타쿠스는 굉장히 비중이 큰 역할들이 나오니까.
김기민 발레리노 : 제가 크라우스를 하고 형이 스파르타쿠스 하든지.
김기완 발레리노 : 그런데 솔직히 형제 이런 걸 떠나서 기민이가 만약에 어떤 공연에 '나 형이랑 하고 싶어' 하면 저는 무조건 오케이죠. 동생 이런 걸 떠나서, '김기민이라는 발레리노가 나를?' 감사한 마음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공연 페이 좀 세게 부르고.
조지현 기자 : 두 분이 같이 설 수 있는 작품이 만들어져서 진짜 볼 수 있으면 너무 좋겠습니다.
김수현 기자 : 연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그럼 두 분이 어릴 때 같이 연기 연습을 해보신 적도 있으세요?
김기완 발레리노 : 많이 하지 우리는.
김기민 발레리노 : 무슨.
김기완 발레리노 : 아니, 그러니까 연기 연습하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우리 성대모사도 많이 하고.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서로 이렇게 막.
김기완 발레리노 : 그런 거 얘기해도 됩니까? 김기민 씨 요즘에 손석구...
김기민 발레리노 : 절대 얘기하면 안 돼요. (웃음) 근데 제가 형 웃음 포인트를 알아요. 그래서 제가 성대모사를 자주 해요. 똑같지가 않은데 형이 들었을 때 '아~' 할 그런 포인트를 알기 때문에 한번 하거든요. 그런데 형은 정말 웃는데 다른 사람한테 하면,
김수현 기자 : 안 통해요?
김기민 발레리노 : 안 통하죠. 왜냐하면 안 똑같으니까. 그런데 형은 그게 다른 사람한테도 똑같은 줄 알고, 통하는 줄 알고 계속 시키는 거예요, 사람들 앞에서.
김기완 발레리노 : 그러니까 이게 웃긴 이유가 손석구 배우님이나 많은 배우님을 얘가 따라 하는데, 똑같은 것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러시아에 있으면 시차가 6시간이에요. 예를 들어서 공연 날 저는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일어나서 전화가 오는데 '형 오늘 컨디션 어때? 오늘 무슨 공연이야?' 이게 아니고, 받자마자 성대모사를 시작해요. 이게 뭐야. 위대한 발레리노가.
김수현 기자 : 한번 재현해 주시면 안 돼요?
김기민 발레리노 : 진짜 안 돼요. 이거는 안 돼요.
김수현 기자 : 형제끼리는 통하는 유머로.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