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9월의 늦더위 속에 인천의 한 신축 오피스텔에서 냉방기 가동이 열흘 넘게 중단됐습니다. 공사대금을 둘러싼 분쟁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그 현장을 최승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에어컨 전원을 켜자 미지근한 바람만 나옵니다.
준공한 지 1년 2개월 된 인천 청라의 신축 오피스텔에서 지난 1일부터 냉풍 공급이 끊겼습니다.
중앙제어 방식으로 냉방이 관리되는 곳인데 냉동기 4대가 모두 멈춘 것입니다.
400여 세대 입주민들은 늦여름 더위 속에 열흘 넘게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오피스텔 입주민 : (하루에) 10번 넘게 샤워하고 있습니다. 요리해서 뜨거운 밥을 먹게 되면 마치 사우나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한낮에 온도계가 34도를 가리키고 있는데요.
집 안에서 가만히 서 있는데도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입니다.
차가운 물병을 끌어안은 채 선풍기를 쐐도 잠시뿐입니다.
급기야 드론을 띄워 땀을 식히거나 개별 에어컨을 설치한 주민들도 있습니다.
[오피스텔 입주민 : 선풍기 대신에 (드론을) 한 번씩 위에 띄워놓거든요. 너무 더우니까 집에서도 하면 되겠다 해서.]
오피스텔 관리사무소는 공사 대금 분쟁으로 전기·설비 시공업체가 냉동기를 일부러 멈춘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다른 업체에서 점검했더니 기계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조작 패널의 화면이 잠긴 상태라 재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오피스텔 관리사무소 관계자 : (화면에) 잠금을 걸어놔서 다른 업체에서는 건드릴 수가 없습니다.]
시공업체 측은 공사 대금 약 16억 원을 1년 넘게 받지 못했다며 수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시공업체 관계자 : 돈이 지금 한두 푼이 아니잖아요. 1년 동안 그 고통을 받아가면서 지금 해오고 했는데, 그런 식으로 풀라고 하면 저희가 그거를 풀겠어요?]
오피스텔 분양사업을 관리하는 신탁사는 분양률이 70%에도 못 미쳐 공사대금 지급이 미뤄지고 있다며 해당 시공업체를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강시우, 영상편집 : 신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