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1년 속초를 떠나 서울로 가던 여객기가 북측으로 납치될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걸 실제로 겪었던 승무원과 승객이 그날 이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의 시사회장에서 53년 만에 다시 만난 겁니다.
김광현 기자입니다.
<기자>
악몽 같았던 하이재킹 사건 당시 승무원과 승객이었던 두 사람.
[반갑습니다. 어머 우리가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해요. 그죠?]
벌써 50여 년이 흘렀지만, 사건 이후 처음으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바로 '하이재킹'입니다.
1971년 겨울, 승객 등 60명을 태우고 속초를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여객기.
갑자기 20대 남성이 사제폭탄을 꺼내 들고 북으로 기수를 돌리라고 요구했습니다.
[지금부터 이 비행기 이북 간다.]
이 과정에서 폭탄 두 개가 터지면서 여객기 동체엔 구멍까지 생겼습니다.
[최석자 (80세)/당시 승무원 : 급하니까 가발 쓰고 다니는데 이 가발에 핀이 한 20개 들어가잖아요. 꽉 이렇게 했는데 (폭탄이) 팡 터지니까 가발이 팍 먼저 날아가더라. 그렇게 그 압력이 굉장했어요.]
항공 보안관이 나서 범인을 사살하긴 했지만, 이때 폭탄이 바닥에 떨어졌는데, 수습 조종사 전명세 씨가 온몸을 던져 희생함으로써 승객은 모두 무사했습니다.
[정근봉 (77세)/당시 승객 : 그걸(사제폭탄)을 덮친 거예요. 저는 (당시) 그 앞에서 너무 생생하게 봤는데. 영화를 볼 때는 제가 덜덜덜 떨렸는데.]
51분의 지옥 같은 상황이 끝난 뒤 강원도 고성 해변에 불시착한 비행기가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말해줍니다.
[하정우/부기장 역 : 이 비행기를 끝까지 안전하게 착륙시키려고 하는 그 기장과 부기장 그리고 승무원 그다음에 승객들… 이 이야기가 저에게는 굉장히 큰 호기심으로 다가왔고.]
범인은 가족 중 월북자가 있었고, 북한 간첩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실화를 영화화한 제작사가 생존자들을 시사회에 초청하면서 영화 같은 만남도 이뤄졌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오영춘, 영상편집 : 박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