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이 숨진 지 두 달이 됐습니다. 전국에 지하차도가 920개가 넘는데 비가 올 때마다 이 길을 다녀야 하는 사람들은 걱정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대비가 필요할지, 이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두 달 전 집중호우로 근처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길이 680m 오송지하차도는 순식간에 물에 잠겼습니다.
분당 물 12t을 퍼내는 배수펌프가 있었지만, 전기 시설이 침수되자 제대로 작동 안 해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
길이 1천220m의 부산 장전 지하차도입니다.
100년 호우를 대비한 배수펌프는 오송 지하차도의 3배 규모입니다.
[김영기/부산시설공단 터널관리팀장 : (배수펌프가) 딱 중앙 부분에 설치돼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이 낮은 곳으로 모여들기 때문에 여기에 저장하여 펌핑(퍼내기)을 하기 위함입니다.]
배수펌프 규모도 크지만 전기실 위치가 지하차도 천장보다 높아서 만약 침수돼도 정전 위험은 거의 없습니다.
전기실 옆에는 비상시 대피용으로 쓸 창고도 있습니다.
[김영기/부산시설공단 터널관리팀장 : 창고까지 수용한다면 최소 500명 이상은 충분히 수용 가능합니다.]
전기실 위로 이어져 있는 탈출용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니 맨홀을 통해 근처 인도로 나옵니다.
일반 맨홀은 무게가 한 100~150kg 정도 된다고 하는데 여기 있는 이 맨홀은 스마트 맨홀이라고 무게를 5분의 1 정도로 줄인 맨홀이거든요.
그래서 일반인들도 충분히 왔다 갔다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도로 밑을 지나는 지하차도의 특성상 다 이렇게 인도로 탈출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부산의 문현 지하차도는 그 고민의 답을 4곳에 설치한 비상 대피 사다리에서 찾았습니다.
물이 차더라도 도로와의 경사 때문에 윗부분 1.4m 정도 숨 쉴 대피 공간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김윤영/(전)부산남구청 안전도시국장 : 포항에서도 지하주차장에서 에어포켓에 계셨던 분은 다행히 살아 구조가 됐거든요. 거기에 착안해서, 지하차도에 있던 분은 스스로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겠다.]
부산 지역 지하차도에 이런 시설들이 마련된 건 3년 전 초량 지하차도 침수로 3명이 숨진 아픔을 겪고 나서입니다.
사고가 났던 초량 지하차도는 호우나 태풍경보 때는 수동과 자동, 이중 방식으로 아예 진입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조우형/부산시민 : 긴급 상황에는 설치가 되어 있는 관계로 안도감이 들지요.]
올여름 집중호우와 태풍 카눈이 덮친 부산이었지만, 이런 대비 덕에 지하차도의 침수나 인명 피해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이홍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