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앞둔 블링컨, 박진과 통화…"성숙한 한중관계 노력 지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방문을 앞두고 17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통화하고 '상호존중에 기반해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한국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전 전화통화를 하고 한미관계, 한중·미중관계, 북한 문제, 주요 지역 및 글로벌 현안 등에 관해 협의했다고 외교부가 전했습니다.

박 장관은 통화에서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미중관계를 책임있게 관리하고자 하는 미국 측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한중관계에 관한 한국 측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고압적 발언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최근 설화와 한국의 대응기조 등을 거론했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정부는 한중 우호관계 발전은 '상호 존중'에 입각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이런 한국 정부의 입장에 호응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조만간 있을 중국 방문 결과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한국 측과 상세 내용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국무장관으로서는 5년 만에 오는 18∼19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해 고위 인사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한중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이뤄지기 전에 한국과 미국도 미중·한중관계 상황을 평가하고 조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문으로 미중관계에서 획기적 돌파구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오판과 충돌을 막고 관계를 관리할 소통 채널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중 긴장이 완화되면 한국의 대중외교에도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박 장관과 블링컨 장관은 통화에서 한반도 문제에서의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북한의 거듭된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는 한편, 북한 비핵화가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전체의 공동 이익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외교부는 밝혔습니다.

또 한국이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된 만큼 안보리 내에서도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한미일이 지속해서 촉구해 나가자는 데 공감했습니다.

한국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로 내년에는 한미일 3국이 동시에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이번 통화는 지난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한미 외교장관이 별도로 회담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이뤄졌습니다.

박 장관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양국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한국의 노력을 설명하고 미국 측 지지를 다시 한번 요청했으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해 한국 기업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당부했습니다.

두 장관은 하반기에 있는 다자회의들을 계기로 한미 간 고위급 소통을 계속해서 추진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사진=외교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