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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 눈높이서 "잘하고 있어"…미 약물 법원 가다

<앵커>

저희는 지난 이틀 동안 미국의 심각한 마약 실태와, 그게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까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마약과 전쟁에서 사실상 실패한 미국이지만, 그래도 미국 사회가 버틸 수 있는 건 바로 재활과 치료의 힘 덕분입니다. 그 중심에는 약물 법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저희가 한국 언론 최초로 그 안에 들어가서 실제 재판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신용식 기자입니다.

<기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약물 법원.

잠시 뒤 이곳 법정에서는 마약 범죄자를 대상으로 재판이 열립니다.

저희 취재진도 재판 현장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마약 상습 투약자 7명이 출석한 법정.

흔한 법정의 풍경과 사뭇 다릅니다.

높은 판사석에서 내려온 판사는 피의자와 마주 앉아 10분씩 대화를 나눕니다.

[스티븐 오닐/판사 : 약물 법원에 오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것 같아요?]

[피의자 : 아마 전 감옥에 가거나 죽었을 겁니다.]

마약을 끊고 잘 참고 있는지, 매주 소변 검사 결과와 치료 과정을 보고받고, 1년 넘게 성실히 참석한 피의자에게는 선물과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스티븐 오닐/판사 : 잘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소변 검사를 건너뛰면, 마지막 기회라며 엄중한 경고를 날립니다.

[스티븐 오닐/판사 : 규칙에 따라 (소변검사를) 또 건너뛰면 곧장 기소할 겁니다.]

[피의자2 : 네, 판사님. 감사합니다.]

판사뿐 아니라, 가족들도 지켜보며, 재활, 치료를 돕습니다.

현재 미국 내 약물 법원은 4천여 곳.

마약 복용 외 다른 강력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중독자만 약물 법원으로 갈 수 있고, 무사히 수료하면 보통 기소를 유예받습니다.

판사, 검사, 변호인, 보호관찰관 등으로 구성된 팀이 1년 6개월에 걸쳐 매주 강도 높게 관리합니다.

약물 법원

때문에 수료율은 50%에 못 미치지만, 주목할 부분은 재범률입니다.

약물 법원 수료자는 기존 마약 사범과 비교해 재범률이 3배 낮습니다.

[크리스탈/마약 피의자 : 마약의 유혹은 항상 존재하지만, 약물 법원은 제게 이를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저는 이제 체계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돈 많은 미국이나 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런 생각은 착각입니다.

약물 법원 덕에 마약 사범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크게 줄었습니다.

펜실베이니아 몽고메리 카운티의 경우 지난 17년 동안 마약 투약자 1천여 명을 교도소 대신 약물 법원으로 보내, 예산 285억 원을 절감했습니다.

[스티븐 오닐/판사 : 국가적 차원에서 마약 중독자들의 치료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한, 아무리 차단과 예방을 시도해도 무용지물일 것입니다.]

지금의 미국은 마약 공급을 틀어막는 데 실패해 재활과 치료의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때문에 공급망 차단, 예방 교육 등과 함께라면 약물 법원 같은 재활, 치료 서비스 도입을 우리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원형희, CG : 엄소민)

▶ "약물 법원, 재범률 3배 낮춘다"…국내 마약 재활 실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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