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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친자식 4명 살해 혐의' 악명 떨친 호주 연쇄살인마는 왜 사면됐나

(사진=연합뉴스, Joel Carrett/AAP Image via AP) NO SALES, NO ARCHIVES
▲캐슬린 폴비그

1989년부터 10년간 총 4명의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호주 여성이 복역 20년 만에 사면됐습니다.

현지시간 5일 CNN,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호쥬 뉴사우스웨일주 법무장관 마이클 데일리는 "폴비그 씨의 유죄와 관련해 합리적인 의심이 발견됨에 따라 마가렛 비즐리 주총독에게 사면을 권고했고, 사면이 승인됐다"라고 밝혔습니다.

호주 최악의 연쇄살인범으로 악명을 높았던 캐슬린 폴비그(55)는 1989년부터 1999년 사이에 태어난 4명의 자녀에 대한 과실치사, 살해 혐의 등으로 2003년 징역 4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989년 태어난 폴비그의 장남 케일럽은 생후 19일 만에 사망, 둘째인 패트릭은 생후 8개월, 셋째 사라는 10개월, 막내인 로라 역시 생후 19개월 만에 각각 사망했습니다.

폴비그는 막내 로라 사망 당시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직접 응급구조대에 신고했는데, 이날 로라의 부검 결과 폭행의 흔적이나 약물 등의 흔적이 없고 심장 염증이 발견됐습니다.

다만 로라의 부검의는 "한 가족에서 4명의 아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이유로 "가족 내 다중 살인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이러한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재판에 넘겨진 폴비그는 '아이들은 자연사했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10년 간 4명의 자녀가 사망한 것을 두고 "번개가 같은 사람에게 네 번이나 치는 일은 없다"라며 배심원들을 설득했고 결국 폴비그는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수감 후에도 폴비그는 계속해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그는 20년이란 긴 시간을 교도소에서 보냈습니다.
캐서린폴비그, 패트릭(사진=연합뉴스,EPA) NSW SUPREME COURT / HANDOUT AUSTRALIA AND NEW ZEALAND OUT HANDOUT EDITORIAL USE ONLY/NO SALES
▲사망한 캐슬린 폴비그의 아들 패트릭

그러던 2018년 일부 과학자들이 폴비그와 사망한 자녀들의 유전자 분석 결과를 두고 무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폴비그의 자녀들이 희귀한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심장 기능에 문제가 생겨 돌연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9년 카롤라 비누에사 호주국립대 교수는 청원을 통해 '사망한 두 딸이 물려받은 폴비그의 'CALM2 G114R' 유전자가 심장 이상을 불러왔다'고 주장했고, 이에 폴비그는 재심을 받게 됐으나 원심의 유죄 평결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폴비그 자녀들의 유전적 요인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들이 이어졌고, 2020년 11월 유럽심장재단이 발행하는 저명한 의료잡지 유로페이스(Europace)에 실린 논문을 통해 폴비그와 두 딸의 변이 유전체는 심장마비를 비롯해 영유아들의 수면 돌연사를 초래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폴비그의 두 아들인 케일럽과 패트릭 또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던 것이 드러나면서 폴비그 자녀들의 연이은 사망을 둘러싼 과학적인 의심은 커져만 갔습니다.

2021년에는 존 샤인 호주학술원장과 노벨상 수상자 2명을 비롯한 90여 명의 과학자들은 폴비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으며, 결국 주총독은 해당 사건의 재심리를 명령했습니다.

최근 재심리를 진행한 판사는 '유죄 판결에 합리적 의심이 있다'라고 판단했고, 마이클 데일리 뉴사우스웨일스주 법무장관은 폴비그를 사면하며 "이번 사면은 우리의 사법 시스템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폴비그의 유죄 판결이 무효로 인정될 경우 주정부에 수백만 달러의 배상금이나 위로금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Joel Carrett/AP,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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