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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22년 전 사라진 소녀들, 성 인신매매의 피해자?…'대구 여중생 실종 사건' 추적

그알

사라진 두 소녀는 어디로?

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두 소녀의 마지막 약속 - 대구 여중생 실종 사건'라는 부제로 22년 전 사라진 두 여중생을 추적했다.

2001년 12월, 열여섯 동갑내기 중학교 3학년인 김기민 양과 민경미 양이 사라졌다. 대구 지역에서 얼짱으로 통하던 두 사람은 또래들에 비해 큰 키와 남다른 외모로 주변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런 두 사람이 하교 후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자정 무렵 친구들과 헤어져 택시에 올랐다. 그 후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대구 북부정류장에 내렸고 그곳에서 기민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다. 그리고 이후 이들을 목격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가족들은 두 사람을 찾기 위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만 15세 청소년에 대한 실종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고, 경찰은 단순 가출로 생각했다.

제작진은 두 사람의 친구들의 기억에 의존해 두 사람의 당일 행적을 추적했다. 그리고 뜻밖의 제보자에게서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실종 당일 낮, 두 사람을 차로 태워줬던 한 남성이 있었다는 것.

기민과 경미의 친구들은 당시 기민이 알고 지낸 오빠가 있었고, 당시 다이너스티 차량을 몰던 이 남성이 종종 기민이를 태워줬다는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한 친구는 실종 전 경미가 기민이 아는 오빠를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갈 수 있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이에 제작진은 기민과 경미가 실종 당일 다이너스티를 타고 다니던 아는 오빠를 만나러 간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또한 당시 두 학생이 실종되고 보름 정도가 지난 때 모르는 번호로 기민의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당시 수화기 너머로 "엄마 나 좀 살려줘. 지금 부산역에 있어"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그리고 몇 달 후에는 경미가 한 친구에게 메신저를 통해 "너무 무섭다. 나 좀 찾으러 와달라"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급히 대화방을 나갔던 일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것이 두 학생들의 유일한 구조 요청이자 마지막 메시지였다.

그런데 취재 중 두 사람의 실종 패턴이 낯설지 않다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여성인권 활동가들은 "이런 패턴을 수없이 봐왔다. 시대상으로 보면 업소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며 성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사례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피해 여성들 10명 중 3, 4명은 본인이 업소에 유입된 상황과 비슷하다고 했다. 아는 오빠가 차를 가지고 와서 같이 놀다가 어딘가로 데려갔고, 내렸더니 그곳이 바로 성매매 집결지였다는 것.

활동가들은 "다정한 오빠처럼 친구처럼 친밀감을 쌓고 신뢰를 얻은 다음 데려가서 바로 그 자리에서 넘기는 거다"라며 실종된 학생들이 성 인신매매 소개업자에게 납치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범죄에 연루되었다면 실종된 학생들이 생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경제적 목적을 위해 시작된 범죄라 생존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피해 여성들은 두 학생들이 구조 신호가 더 이상 없던 것은 심해진 감시와 감금 때문일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진은 경찰 측에 당시 구조 신호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는지 확인했으나 안타깝게도 관련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이에 취재진은 기민이 전화에서 언급한 부산역을 단서로 부산에서 소개쟁이에 관해 수소문했다. 하지만 2000년 초반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부산과 대구를 오가던 소개쟁이들은 꽤 많아 취재진이 찾는 사람을 특정하기는 어려웠다.

방송은 두 실종 학생이 인신매매의 피해자가 되어 성매매업소에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될까 봐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두 사람의 실종이 성 인신매매 범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 배제할 수 없고,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다면 두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한 만큼 가족들의 동의하에 취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 전문가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돌아오지 못할까?

이에 활동가는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고 그립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어떻게 지냈는지 알게 되면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라고 했다.

그리고 피해 여성들도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피해 여성은 "희망이 점점 없어지고 난 이렇게 살아야 되는구나 체념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내가 죽을 만큼 힘들어도 가족들한테 이야기하지 못한다. 내가 이런 생활을 한다는 게 가족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그렇다"라며 본인도 10여 년 이상 가족과 단절될 생활을 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전문가는 "초기에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도움이 좌절되거나 전혀 소용이 없게 되는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아주 심각한 자포자기, 무력감을 갖게 된다"라며 학습적인 무력감이나 심리적 감금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피해 여성은 두 학생이 생존해 있다면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 유흥업소 관계자도 "미성년자들 중 자발적으로 업계에 발을 들이는 애들은 만 명 중 한 명도 없다. 사람 상대하는 것의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그래서 결국 멘탈이 다 나가서 정신병원에도 가는 사람도 있다"라고 밝혔다.

성 인신매매 피해자들 중 정신적이나 신체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자구력을 잃고 정신병원이나 시설에 수용된 인물들이 많다는 것.

또 이들이 생활 반응이 없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의 신분으로 위장해 살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한 피해 여성은 실제로 다른 사람의 주민증에 얼굴만 바꿔서 새롭게 신분증을 만들기도 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취재진은 재수사를 맡은 대구경찰청 미제팀에 지금까지의 취재 내용을 모두 전달했다. 이에 미제팀은 성매매 유입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지문을 활용한 수사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방송은 두 사람이 자구력 상실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성인이 된 두 사람의 얼굴을 추정해 현재의 얼굴을 공개했다.

그리고 두 사람을 기다리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메시지도 전해졌다. 여전히 두 사람을 기다리는 이들은 두 사람이 어떤 모습이어도 상관없으니 제발 연락을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두 사람이 이 방송을 보고 있다면 지금까지 한순간도 변함없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22년 전 그때처럼 꼭 용기를 내서 다시 구조 신호를 보내주길 빌었다. 그리고 이번엔 반드시 그 구조 신호에 응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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