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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하기도, 받기도 두려운 '전화 공포증'…젊은 층에 많다는 데 극복 방법은?

스피치 학원, 전화 공포증 극복 연습

'당당하게 전화하는 법' 수십만 원 내고 배운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스피치 학원 '라이프 스피치 스쿨'. 한 대학생이 학원장과 가상 전화 통화를 하며 진땀을 흘리고 있다.

"네 ㅇㅇ카드입니다."
"저…카드 반송 건으로 연락드렸는데요,"
"성함하고 연락처 말씀해주세요"
"제 이름은…"
"여보세요? 잘 안 들립니다."


전화 통화에 앞서 두려움을 느끼는 이른바 '전화 공포증'을 극복하는 수업 풍경이다. 카드사에 전화도 못 걸고 있다는 학생이 '통화 때 벌어질 상황'을 가정한 대화를 해보는 것이다. 수업을 진행한 강민정 원장은 "분명한 발음과 또렷한 목소리"가 중요하다며 학생을 일으켜 세워 "가갸거겨고교…" 읊는 발음·발성연습도 시켰다. 배에 힘주고 소리 내길 반복하자 처음엔 기어들어가는 듯했던 학생 목소리도 조금씩 커져갔다.

'당당하게 전화하는 법'을 가르친다는 이런 수업은 한 번에 90분가량 진행된다. 모두 8차례 이루어지는 강좌 수강료는 70만 원에 달하지만 문의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엔 '회사 발표'나 '면접'을 잘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이가 많았다면 최근엔 전화 응대에 어려움과 공포를 느낀다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강 원장은 말했다.

특히 사무실로 걸려오는 전화를 제일 먼저 받아야 하는 '신입 사원'들의 호소가 적지 않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기간을 거치며 전화 업무량은 늘었지만 사회 초년생일수록 전화 통화 노하우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화 통화

20대 42%, 30대 32% "전화 통화시 어려움 느낀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설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3명이 전화 통화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0대의 42%, 30대의 32.4%가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해 40대(26%), 50대(16.8%) 보다 젊은 층의 전화 통화 부담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전화 공포증은 생각보다 널리 퍼져 있다. 구글 검색창에 영어로 '폰 포비아(Phone-phobia)'라고 쳐 넣으면 검색 결과가 9억 개에 달할 정도다. 인터넷 게시판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호소와 '밈'들로만 알려졌던 이 증상이 국내에선 최근 유명 가수 아이유 씨가 "어머니와의 통화도 불편하다"고 고백하며 화제가 됐다. 갑자기 울리는 벨 소리에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면 당신도 전화 공포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전화벨에 반응하는 공포의 핵심은 타인이 수화기 너머로 무슨 말을 할지 모른다는 데 있다. 심한 전화 공포증을 호소하는 경우, "문자 메시지도 용건부터 말하는 게 좋다"고 할 정도다. 살갑게 이름 부르며 접근해 오는 것조차 "아,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가" 겁을 먹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포는 일부러 전화를 피하게 만드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전화 통화
젊은 층이 겪는 전화 공포 원인 중 하나로 집 전화가 사라진 문화를 지목하기도 한다. 과거엔 어려서부터 집에 걸려온 전화를 대표로 받아보고, 메모를 남기기도 하며 억지로라도 전화와 친숙해질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친구 목소리 한번 들으려고 집어든 전화기 너머 낯선 어른에게 예기치 못한 호구조사를 당해본 경험이 있거나, 부모 빛 독촉하러 걸려온 화난 목소리의 전화를 대신 받아봤다면 공감할 분석이다. 가정에서 못 익힌 전화 기술을 학교에서라도 배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2015 개정교육과정 이후 '전화 말하기'는 창의적 재량활동 예절 항목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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