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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첫 기소, 중요한 까닭은

By 미셸 골드버그(뉴욕타임스 칼럼)

2016년 선거 캠페인에서 도널드 트럼프. 데이먼 윈터/뉴욕 타임스
*미셸 골드버그는 뉴욕타임스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끝을 모르는 트럼프의 부패 행각에 책임을 묻고자 했던 이들조차도 첫 기소 건에 대해 불안하고 어수선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7년 전 포르노 배우에게 입막음용 뇌물을 줬는데, 그게 선거랑 연관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식의 혐의인데, 방향이 잘못됐습니다."

지난주 CNN에 출연한 오바마 전 대통령 참모 출신 밴 존스의 말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사설도 트럼프의 수많은 혐의 가운데 "뉴욕주 대배심원단이 기소하기로 결정한 건은 아마도 가장 설득력이 낮은 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우리는 뉴욕 검찰이 기소하기로 한 트럼프의 혐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또 그 혐의들이 얼마나 불확실한 법이론을 근거로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4개 이상의 혐의에 달하는) 이번 기소 건이 트럼프의 다른 악행과 무관하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존스의 말과 달리, 이번 기소 건은 2016년 대선, 그리고 트럼프가 당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칙을 했는지와 긴밀하게 엮여있다.

트럼프가 정계에 발을 들인 후 마주하게 된 법적 시비 대부분은 권력을 손에 넣고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법을 무시하고 때로는 나라마저 배신하려는 본인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로버트 뮬러 특검이 트럼프의 공모 혐의를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트럼프 선거 캠프가 첫 대선 당시 러시아 측의 도움을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점은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2019년 첫 탄핵 정국은 트럼프가 가장 두려운 경쟁자 조 바이든에 대한 추문을 만들어내려고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갈취했다는 혐의에서 비롯됐다.

트럼프는 현재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조지아주와 워싱턴 D.C.에서 범죄 수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는 매번 미국의 선거 제도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을 위반한 건에 대해 처벌받지 않고 넘어갔고, 그때마다 위법 행위의 수위는 높아져서 쿠데타를 시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이 수호하겠다고 맹세한 민주주의 체제를 전복시키려 한 혐의로 마주한 두 번째 탄핵에서조차 유죄 판결을 피해 간 트럼프는 1월 6일 의사당 습격 사건을 영웅적인 사건으로 취급하며, 최근 유세 현장에서 폭도들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런 행각에 비하면 애인에게 입막음 조로 돈을 준 것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따져보면 트럼프의 반민주주의적 행태의 일부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대로, 뉴욕 대배심원은 포르노 스타 스토미 대니얼스에 대한 뇌물 혐의뿐 아니라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멕두걸에 대한 뇌물 건에 대한 의견도 자세히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여성은 2016년 대선 전에 입을 열 계획이었지만, 이들이 입을 열지 못하게 하려고 불법적인 수단이 동원됐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이자 해결사였던 마이클 코헨이 감옥에 간 것은 그 때문이다.

코헨은 2018년 법정에서 선거 자금 관련 혐의와 조세 회피, 은행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대니얼스와 맥두걸에게 돈을 준 것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고자 한 것이 핵심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한때 주간지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모기업이었던 아메리칸 미디어의 CEO 출신 데이비드 페커는 뉴욕 남부 법원과 불기소 약정을 맺으며, 자신이 "맥두걸의 이야기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사태를 막기 위해" 15만 달러를 줬다고 증언한 바 있다.

당시에 유권자들이 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선거 결과가 달라졌을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가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자랑스레 떠벌린 '액서스 헐리우드' 영상이 나왔지만, 수많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그러한 부도덕함을 문제 삼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을 뿐이다.

트럼프 지지자 대다수는 아마도 트럼프의 불륜 소식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몹시도 아슬아슬한 표 차(3개 주에서 약 8만 표)로 당선됐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소수만 마음을 바꿨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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