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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백 경사 피살사건…단숨에 제압하고 총기 탈취한 진범은 '대전 은행강도 살인사건'의 범인?

[스브스夜] '그알' 백 경사 피살사건…단숨에 제압하고 총기 탈취한 진범은 '대전 은행강도 살인사건'의 범인?
그알
21년 만에 찾아낸 백 경사의 총기, 그 날의 진실은?

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총잡이와 칼잡이 - 전주 백 경사 피살사건'라는 부제로 백 경사 피살사건과 대전 은행강도 살인 사건의 진범 이승만, 이정학을 조명했다.

지난 2002년 9월 20일, 전주의 금암 2 파출소에서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홀로 소내 근무를 하고 있던 백 경사가 의자바로 옆에 모로 엎드린 자세로 숨진 채 발견된 것.

흉기에 찔려 참혹하게 사망한 백 경사,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던 권총이 사라지자 해당 파출소뿐만 아니라 전주시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이에 급히 수사본부가 꾸려졌고, 2차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최대 규모의 인력이 투입됐다. 하지만 대대적인 수사를 펼쳤음에도 백 경사 피살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고 말았다.

그런데 지난 2월 뜻밖의 편지 한 통이 전북 경찰청에 도착했다. 울산의 모처에 백 경사의 권총이 숨겨져 있다는 것. 그리고 제보를 받아간 곳에서 백 경사에게 지급됐던 일련번호 4280번의 38 구경 리볼버가 발견됐다.

충격적인 것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편지를 보낸 이는 바로 지난해 대전 은행강도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21년 만에 검거된 이승만이었던 것이다. 또한 그는 해당 권총이 은행강도 살인 사건의 공범인 이정학이 백 경사를 죽이고 가져와 자신에게 숨겨 달라고 한 것이라 주장해 충격을 안겼다.

현재 대전 은행강도 살인 사건에서 서로가 은행 직원을 쐈다고 주장하는 이승만과 이정학. 이들은 이제 백 경사 피살사건의 혐의 또한 서로 다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취재 중 제작진은 백 경사 피살사건 당시 범인들이 잡힌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가출 후 폐가에 모여살던 소위 가출팸인 3인조. 이들은 파출소에서 오토바이를 몰래 가져가려다가 백 경사와 다툼이 벌어졌고 이에 우발적으로 백 경사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그런데 이들은 얼마 후 자백을 번복했고,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그리고 제작진은 3인조 중 1명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던 장애인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전문가는 백 경사 피살사건이 피해자에게 능동적인 방어 흔적이 없고 주변이 어질러있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보아 빠른 시간 안에 피해자를 제압한 목적이 굉장히 뚜렷한 범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그런 면에서 사건 당시 검거된 용의자들은 그런 범죄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이에 제작진은 3인조를 수소문해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3인조 중 박 씨는 일행이었던 조 씨가 잡힌 이유가 굶주림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겨울이라 인력소에 일이 별로 없었다. 새벽에 음식점에 가서 먹을 거를 가지고 나오려고 들어갔는데 조 씨가 주인한테 잡혀서 맞는 소리를 듣고 도망쳤다. 그런데 다음날 형사들이 찾아와서 다짜고짜 총 어디 있냐고 묻더라. 황당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폭행이 시작됐다"라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폭행은 계속 됐고, 허위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또 다른 일행 김 씨 또한 그랬다. 조 씨와 박 씨가 이미진술을 했다며 총의 소재를 알아야 형량이 줄어든다며 협박이 있었고 경찰이 건지산을 언급해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김 씨는 "가져가지도 않은 총을 내놓으라고 며칠 동안 땅 파고 조사받고 가 반복됐다. 그래서 내가 누명 쓸 테니까 제발총 좀 나와줘 하고 울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총이 나오지 않았다"라며 당시 답답했던 마음을 토로했다.

3인조는 "평생 진범이 안 잡힐 줄 알았다. 영원히 안 잡히면 우리는 말 그대로 죽는 그날까지 혐의자다. 그런데 울산에서 총이 나왔다더라. 난 울산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다"라고 억울해했다.

전북 경찰청은 현재 백 경사 피살사건의 모든 내용은 극비리에 수사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3인조가 진범일 수도 있다는 것과 3인조와 이승만, 이정학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전문가는 이승만이 총의 소재를 밝힌 것에 대해 "백 경사 사건이 이승만의 단독범행이라면 총에 대해 털어놨다가 혼자 뒤집어쓸 위험이 있다"라며 "항소심을 위해서 자신의 진술을 더 믿게 하려는 의도로 이정학의 범죄를 밝혔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사건 당시 현장 검증 과정에서 다수의 취재 기자들은 석연찮음을 느꼈음을 밝혔다. 자신이 어떤 문으로 들어가고 나왔는지도 모르는 3인조가 사건과 맞지 않다는 것. 또한 당시 3인조가 음식을 훔친 포장마차 주인에게 사라진 칼이 안 쓰는 칼이라 오래 놔뒀던 건데 순대도 썰리지 않을 만큼 무딘 것이라 흉기로 쓰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기자의 제보로 변호를 맡은 당시 담당 변호사는 3인조가 조금만 겁을 줘도 물어보는 사람의 의도에 맞게 이야기를 하는 점을 보고 진범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리고 3인조 중 가장 먼저 검거된 조 씨는 일반인보다 낮은 지능에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가출 직전까지 병원 치료까지 받고 있던 사실을 확인하며 더욱 이들이 사건과 무관함을 확신했다고.

이후 박 씨가 가혹행위를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까지 등장했고, 당시 군 입대한 김 군에 대한 조사를 지휘했던 헌병대 수사 과장을 통해 김 군의 알리바이가 확인되어 3인조가 풀려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 씨는 헌병대 수사에서 결백을 주장했고, 범행 시간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했던 것. 이에 경찰은 그가 컴퓨터를 켜놓고 파출소에 가서 살인하고 다시 PC방으로 왔다고 주장했으나 게임 본사를 방문한 수사관은 김 씨가 범행 시간에 사이버 머니로 게임 아이템을 구매했다는 기록을 확인했던 것. 결국 확실한 알리바이가 나오며 3인조가 2개월 만에 모두 풀려날 수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는 백 경사의 상흔을 분석해 사용된 흉기가 일식에 쓰는 회칼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범죄 전과와 공격성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이승만과 이정학 중 누가 주범일까?

또한 전문가들은 이들의 범행 타임라인을 분석해 백 경사 살인 사건은 이후 벌어진 현금수송차량 탈취를 위한 총기 탈취 때문에 벌어진 사건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프로파일러는 "적어도 이정학이 그 장소에 이승만과 함께 있었을 가능성,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라며 "둘이 함께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 앞에 있는 사람 이외에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백 경사가 같이 제압당하지 않았나 이렇게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한 명의 총잡이와 한 명의 칼잡이가 파출소에 들이닥쳤다면 백 경사가 완전무장을 하고도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피살 당한 이유도 설명되는 것이 아닐까.

이에 전문가는 "공범의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해야 한다. 이들의 진술에만 의존해선 안 되고 객관적 증거, 물증, 제삼자진술, 추가적인 알리바이 확인 등 더 적극적이고 철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의 범행스타일로 보아 여죄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다른 여죄 수사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이제 수사 당국은 대전 은행강도 살인 사건 항소심을 앞두고 시작된 이승만, 이정학의 진실 게임 2라운드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죄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늘 벌어진다는 죄수의 딜레마, 백 경사 피살 사건의 물증이 드러난 지금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오로지 수사 기관의 몫이라는 것.

또란 21년을 살인 용의자로 살아야 했던 청년들을 위로하고 백 경사의 넋을 기리는 최선의 방법은 거짓에 익숙한 범죄자들의 진술에 매몰되지 않고 남아있는 현장의 증거들을 통해 실체적인 진실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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