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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환경미화원들은 왜 계속 청소차에 매달려야 하나

청소차

우리가 잠든 사이,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묵묵히 치워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환경미화원인데요, 사회에서 이들의 역할은 필수적이지만 이들의 일터는 여전히 안전하지 못합니다.
 
청소차 뒤에 매달리다 떨어지거나 교통사고를 당하는가 하면, 차 위에서 작업하다 추락하는 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런 작업 방식은 사라지지 않는 건지, 환경미화원들의 작업 현장을 동행해봤습니다.
 

청소차 발판 · 사다리 제거 권고하지만…

청소차

지난해 1월부터 재해 발생 시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환경부와 지자체는 하청 청소업체에 미화원들이 차에 매달리지 못하게 청소차 발판을 떼고, 높은 차에 올라타지 못하도록 청소차 사다리도 철거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실제 전국 각지에서 가장 큰 사고 원인으로 지적돼온 청소차 뒷발판부터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작업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현장 목소리입니다. 위험 요소는 여전하고, 작업 고충은 오히려 더 커졌다는 겁니다.
 

발판 떼고 나니…더 위험하게 매달리는 현장

청소차

청소차 뒷발판이 사라진 현장에서 미화원들은 다른 곳에 의지해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발판이 아닌 청소차에 설치된 쓰레기 압축기에 올라타는가 하면, 얇은 후방 안전바에 발을 의지해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이동하기도 했습니다.
 
오히려 발판에 매달리는 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인데, 특히 청소차 쓰레기 압축기는 버튼만 누르면 돌아가는 구조라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m 가까이 되는 청소차 적재함 위에서 수거물을 쌓아 올리는 모습도 여전했습니다. 적재함에는 올라갈 수 있는 간이 사다리와 난간까지 여전히 설치돼 있었습니다.
 
지침과는 동떨어진 작업 방식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지침…8천 보씩 더 걷고 작업 속도 늦어져"

청소차 지침

미화원들은 이렇게 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정부 지침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겁니다.
 
차에 매달리지 않으면 안전해서 좋지만, 쓰레기 수거를 위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높은 조수석에 탔다 내렸다 할 여유가 없습니다. 업무 시간은 정해져있고, 수거할 쓰레기 양은 많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어떻게든 매달리는 작업자들이 여전히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청소차

매달리지 않으면, 9시간에 가까운 작업 시간 대부분 걸어 다니며 일해야 합니다. 힘든 것 뿐 아니라 작업 속도도 1시간이 넘게 더 걸립니다.
 
실제로 미화원 27명이 직접 만보기를 달고 측정해보니, 발판을 떼자 하루에 8천 보씩 더 걷고, 작업 속도는 1시간 정도 더 느려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발판에 매달렸을 땐 하루 평균 1만 5천여 보를 걸었다면, 발판이 없어지자 2만 3천여 보를 걸은 겁니다.

실제 취재진이 1시간 가량 동행했을 때에도 골목 군데군데에 쓰레기가 있어 차를 타고 이동하기엔 무리가 있었고, 짧은 시간 동안에도 3천 보 가까이 걸은 것으로 측정됐습니다.
 

"장비 · 인원 충원 병행돼야"…"증원하겠다"지만

청소차

결국 장비와 인원 충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현장 목소리입니다. 매달리지 않으려면 작업 속도가 늦어지니 그만큼의 지원이 있어야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환경부에 문의해보니, 정부에서도 이런 현장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여전히 작업 여건상 차에 매달리는 미화원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발판 제거에 따라 지역마다 차량 4대에 인력 총 12명씩 증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올해 예산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인력과 차량이 늘어나면 작업 속도가 늦어져도 상호 보완이 되기 때문에, 안전까지 챙기면서 일하는 데에 무리가 없을 거라는 게 미화원들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에 대한 예산 반영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환경부에서 지난해에도 관련 예산을 신청했지만 통과되지 않았던 만큼, 언제쯤 가능할지는 불투명합니다.
 
사회에 필요한 직업에 기꺼이 나서주는 환경미화원. 이들에게 진정으로 안전을 보장하는 사회가 되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반영하는 조치가 병행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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