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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고구려 · 발해 유적에 "중화민족 공동체 입증"

중국이 28일 '2022년 10대 고고학 신발견' 프로젝트를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여기에는 고구려와 발해의 유적지도 포함됐습니다. 중국 당국은 이를 놓고 "중국의 다민족 통일 국가 형성을 실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고구려와 발해가 중국의 역사라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고 나선 것입니다.
 

중국, 고구려·발해 유물에 "중원 문화가 전래된 것"

중국 국가문물국이 이날 발표한 '고고학 신발견'에는 후베이성 스옌시 유적지, 산둥성 린쯔 유적지, 산시성 싱현 유적지 등 10곳이 선정됐습니다. 논란을 부른 건 지린성 훈춘시 구청(古城)촌 유적지입니다. 이 유적지는 면적이 6,000㎡에 달하는데, 2개의 사찰 유적이 발굴됐고 1만6,0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습니다. 옌볜조선족자치주에 위치한 훈춘은 고구려 동북부의 요충지였으며, 10년간 발해의 수도이기도 했습니다.
 
훈춘시 구청촌 고구려 사찰 유적 (출처=중국 관영 CCTV)
 
훈춘시 구청촌 발해 사찰 유적
 
중국 당국은 발굴된 1호 사찰이 고구려 사찰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에서 발굴된 최초의 고구려 사찰이자, 중국 동북 지역에서 발견된 최초의 절터"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2호 사찰은 발해 초기 창건돼 중·말기에 중건됐다가 발해 말기에 무너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발해 초기와 중기, 말기 유적을 아우르고 있어, 이 일대 고고학적 연대기를 보완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부처 조각상과 기와, 석함, 금, 은, 주석 등 함께 발견된 유물에 대해선 "당나라 시대 중원의 불교가 동북 변방 지역에 전래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매체는 한술 더 떠 "남북조·수·당 시기 중원의 문화가 변방의 문화를 발전시킨 과정을 보여준다"고 적었습니다.
 
훈춘시 구청촌에서 출토된 유물들
  

중국 "다민족 국가 형성 과정·중화민족 공동체 입증"

백번 양보해서 인접한 국가다 보니 서로 문화가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다음이 문제입니다. 중국 당국은 다른 지역 유적과 함께 훈춘의 고구려·발해 유적지 역시 "중국의 다민족 통일 국가의 형성 과정을 실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관영 매체는 훈춘의 유적지를 꼭 집어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강변했습니다. 고구려인과 발해인도 중국을 이루는 한 민족이었고, 그래서 고구려·발해 역사도 중국 역사라는 궤변입니다.
 
지린일보는 훈춘시 고구려·발해 유적지가 "중국의 통일 다민족 국가 형성을 실증하고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가 자국의 역사라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2년부터 시작된 동북공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중국은 20여 년 전부터 자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려 하고 있고, 제1 타깃이 바로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 역사입니다. 지린성과 옌볜자치주 박물관은 발해를 '말갈족이 주체가 돼 건립한 당나라 시대의 지방 정권'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국가박물관에서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을 개최하면서 고구려와 발해를 제외한 한국사 연표를 전시했다가 우리 당국이 항의하자 철거했습니다. 한·중 관계가 소원해진 틈을 타 중국의 역사 왜곡이 다시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훈춘시 구청촌 유적지 발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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