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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 루나' 사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몰락한 과거 스페인 왕실에서 얻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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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이 신현성 전 테라폼랩스 공동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3월 27일, SBS는 신 전 대표의 1년 전 인터뷰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 3주 전, 신 전 대표가 한 유튜브 채널과 진행한 영상인데, 신 전 대표는 폭락 사태 이후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신 전 대표는 해당 동영상에서 자신의 사업인 '차이 페이'가 테라·루나 블록체인과 연동되어 있음을 반복적으로 홍보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차이 페이'의 유망성은 물론, 테라·루나 시스템의 신뢰성을 줄 수 있는 발언입니다. 또 신 전 대표는 인터뷰에서 테라·루나 블록체인 시스템은 물론 권도형 대표에 대한 강한 믿음과 신뢰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왜 중요한데?

검찰은 '차이 페이'가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신 전 대표가 거짓 홍보를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또 신 전 대표가 테라·루나의 폭락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를 숨겼고, 보유하던 코인을 고점에 팔아 1천400억 원대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신 전 대표는 SBS에 보낸 입장문에서 ▲차이 결제와 테라 블록체인은 직접은 아니지만, '미러링'이라는 핀테크 기법을 통해 분명히 연동되어 있었고, ▲본인이 2020년 권도형과 결별하기 전까지는 테라·루나 알고리즘은 정상 작동하고 있었으며, ▲해당 인터뷰는 지인의 수차례 부탁으로 거절 끝에 이뤄진 것이며, 본인이 권도형과 결별한 이후의 '테라·루나'에 대한 정보는 온라인 검색 등을 토대로 얻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제적 이슈가 됐던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대한 책임 공방이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 속에, SBS가 입수해 보도한 동영상은 '테라·루나' 비즈니스의 핵심 인물이 폭락 직전까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 잘 보여줍니다.
 

좀 더 설명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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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해 말 한 차례 법원에서 가로막혔습니다. 하지만 석 달여의 보강 수사를 거친 검찰은 다시 한번 신 전 대표에게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공모규제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배임증재,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건 검찰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자본시장법'을 적용했다는 점입니다. '자본시장법'은 통상 '증권성'을 가진 자산에 대한 부정 거래에 적용되는데, '가상화폐'로 알려진 '테라·루나'에 대해 이 법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거칠지만 쉽게 설명하면, 해당 코인이 비트코인처럼 별개로 존재하는 가상화폐가 아니라 실물 경제와 연동돼 있고 채권-채무 권리를 갖는 등 증권적 속성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우리나라 규제당국과 사법당국은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판단을 유보해왔는데, 검찰이 선제적으로 논의를 촉발한 모양새입니다.

검찰이 이렇게 테라·루나에 '증권성'이 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을 다시 적용해 영장을 재청구한 것에는 미국의 금융·사법당국 판단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는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를 법원에 제소하면서 '테라·루나'가 '차이페이'라는 실물 결제 시스템에 연동됐다고 홍보하는 등 '증권성'을 가진 채 투자를 받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미국 뉴욕남부지방검찰청도 SEC의 판단과 비슷한 내용으로 권 대표를 기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걸음 더

국회에서는 '일부 코인이 증권성을 가질 수 있으니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관리 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어왔습니다. 민주당 정무위원인 이용우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있어서는 이삼 년 전부터 가상자산업법을 만들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증권성이 있느냐 없느냐 판별 기준에 대해서 금융위원회나 감독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와서야 증권성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세웠습니다. 만일에 그 입장을 2~3년 전에 취했다면 이 사안을 명확하게 자본시장법 위반, 사기 거래 이런 쪽으로 해서 규율할 수가 있었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새로운 사안이 나왔을 때, 그 사안의 본질에 대해서 판정을 하고 적극적으로 임해야 되는데 소극적으로 이 사안이 어떻게 진행될까를 보고 있다가 사안을 놓친 게 되겠습니다.

-이용우 의원(민주당 정무위원)
 
'증권성'을 가진 형태로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가상자산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당국은 '투자자 보호'보다는 '자산의 구조'를 따지는 데 매몰돼 소극적 행정을 펼쳤고, 그 구멍 속에서 다양한 이름의 코인들이 명멸하며 투자자 피해를 양산해냈다는 지적입니다.
 

남은 과제들

신대륙을 먼저 개척하고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스페인 왕실이 왜 후발 주자인 영국에 밀리게 되었는가?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이 질문에 대해 흥미로운 답을 내놓습니다. 스페인 왕실은 신항로 개척 투자자들에게 상습적으로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규정을 자주 바꾸는 등 자본시장에서의 신뢰를 밥 먹듯이 위반했지만, 영국 왕실은 상대적으로 신뢰를 꾸준히 지켜왔고 결국 시간이 지나며 유럽의 자본이 영국으로 향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자본시장의 신뢰 수준은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 유인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국력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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