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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집값, "계속 내려간다" "아니다, 바닥이다" 도대체 뭐가 맞을까?..각종 지표 의미 분석

경제자유살롱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값 대세 하락'이 의심할 바 없는 대세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집값이 바닥에 온 듯하다" "거래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정반대의 이야기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급기야 3월 하순에 들어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가격 하락폭이 6주 연속 줄어들었다"는 기사들과 함께, 특히 일부 지역을 골라 "서초, 강동도 집값 하락 멈췄다" "세종시 아파트값 87주 만에 반등"이라는 헷갈리는 제목들이 쏟아졌습니다.

내 집 마련의 시기를 고민했던 분들에게는 참 난감한 기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갑자기 뭐가 바뀌었길래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걸까요? 2023년 3월 부동산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전문가 3명의 의견을 바탕으로 '혼란스러운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짚어봤습니다.

거래량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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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늘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주장의 첫 근거입니다.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2천 건이 넘었으니까, 2~3개월 전에 비해서 확실히 증가한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 궁금한 건, 2천이란 수치가 과연 시장 분위기를 바꿀 정도의 수준이냐는 겁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이번 거래량을 '장기 평균'과 비교하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 관련 영상)

"장기 평균 같은 경우에는 시기에 따라 좀 차이는 있지만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 월 5천 건에서 6천 건 정도가 일반적인 거래량이었습니다. 2~3달 전에 비해서는 (거래량이) 2~3배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죠. 지금도 거래량이 낮은 수준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일종의 '과대 포장 효과'도 있습니다. 1천 건도 안 되는 수준으로 꽤 오랜 기간 통계가 나왔으니까요."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량 변화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모든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만, 위의 표에서 보듯 최근 오랜 기간 '거래 절벽'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변화가 커 보이는 상황이라는 해석입니다. 우병탁 팀장은 "거래량의 증가는 물론 중요한 지표이지만, 아직은 일종의 착시효과일 수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거래량의 추세적 상승은 4달 이상?

그럼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듭니다. "도대체 얼마나 거래량이 얼마나, 어떻게 늘어야 의미를 둘 수 있는 걸까?"

10년 전,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쳤을 때로 돌아가보겠습니다. 2011년부터 2014년 사이 거래량과 아파트 가격 변화 그래프입니다. 검은색 실선이 거래량, 빨간색 막대그래프가 가격 변화입니다.

거래량이 들쑥날쑥하다가 2013년에 눈에 띄게 쫙 올라갑니다. (▶ 노란 점선) 그리고 '거래량의 눈에 띄는 증가' 이후 집값이 스멀스멀 오르기 시작합니다. (▶ 노란 화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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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때와 비교해 오늘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거래량이 회복된다는 건 시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중요한 시그널이기는 하지만 추세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1~2개월이 아니라 최소한 4개월 이상 거래량 회복이 이뤄져야 합니다. 아직 거기까지는 아닙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 역시 이미 일부가 공개된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을 바탕으로 같은 취지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우 팀장은 "서울 아파트 3월 거래량이 2월에 비해 특별히 더 증가하지 못하고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도 봐야 합니다"라며 '2월 거래량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실제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서 가져온 3월 24일 기준 서울아파트 거래량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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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3월이 1주일 더 남았기 때문에 최종 통계는 지켜봐야 합니다. 지난 연말보다 거래량이 늘어난게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3월 들어 추세적 상승기에 들어선 것처럼 보이지도 않습니다. SBS 경제자유살롱 출연자들이 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는, 딱 그 정도의 숫자입니다.

'부동산 지표'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들

그렇다면 2월 거래량은 왜 늘었던 걸까요?

최근 화제가 됐던 부동산 기사 하나에서 이 얘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집값이 급락하면서 서울의 내 집 마련 기간이 19년에서 12년으로 줄었다'는 취지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 기사는 KB국민은행 자료의 *PIR (Price to Income Ratio, 소득 대비 집값 비율) 지표를 토대로 했는데, 이 지표는 '소득을 고스란히 모아서 내 집 사는데 몇 년이 걸리느냐'를 계산할 때 사용됩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해 "현재 19배인 서울의 PIR을 10~12배로 낮추겠다"고 언급할 때 등장한 통계입니다.

*PIR 지표 : '중위 소득'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중위 가격의 주택 한 채'를 사는 데 몇 년이 걸리는 지를 계산한 지표. 국민의 주거비 부담 수준을 측정할 때 사용.

그런데 최근 이 통계에 따르면, 중위 가격의 주택 값이 떨어지면서 PIR 지표가 19에서 11.9까지 떨어졌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던 2018년 3월 12.1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됐다는 겁니다. 이 통계는 "집값이 제법 떨어졌다"는 식으로 소비됐습니다.

거래량 얘기 하다가 갑자기 이 'PIR 기사' 얘기를 꺼낸 건, "집값이 이제 거의 바닥에 온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각종 통계들을 인용하는 기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금 살펴본 PIR 지표 기사 말고 청약경쟁률이 크게 올랐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인용한 "서울 지역 청약 경쟁률 57:1...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다", "영등포 OO OOOO 1순위 198:1" 이런 기사들이 있었습니다.

또 "서초 부동산 가격 하락이 멈췄다"는 식으로 한국 부동산원 통계를 언급하면서 '바닥이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논조를 보여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그럼 이런 '결이 다른 통계'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최근 '대세하락장' 분위기와 상반되는 시그널들이 나오면서 집을 사고파는 실수요가 실제 있었고, 가격을 올리는 일부 집주인들이 늘어난 것도 맞지만, 아직 '대세하락'이라는 대세가 바뀔 정도의 의미 있는 변화를 찾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의 이야기입니다.
"거래량이 증가한 이유는 가격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규제 완화가 돼서 사람들이 투자하려거나 내 집 마련을 위해서 수요가 붙었다고 보기 힘듭니다. (그동안) 가격이 떨어지니까 재화시장에서 수요가 붙은 겁니다. 앞으로 계속 사줄 사람은 없을 겁니다. 지금은 가격이 빠져야만 수요가 붙는 시장입니다."
-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 관련 영상)
"(2월에 거래량이 늘어났던 것은) 이사철 수요가 보통 1, 2월에 많이 집중되는 부분이 있고요. 계절적인 수요가 조금 있었던 부분이 있었고요. 1월 달에 결정적으로 규제 완화 부분들이 큰 폭으로 있었죠. 대출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일정 부분 실수요자들에 대해서 영향을 미쳤을 거고, 다른 때보다 조금 더 거래량이 늘었던 부분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

계속 떨어지는 집값 .. 핵심은 전셋값?

경제자유살롱
실제로 '하락폭'에는 부침이 있는 가운데 매매가, 전셋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나온 전문가들 역시 집값 하락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지만, 그 폭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꾸준히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진단합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수석연구위원의 말입니다.
"이 정도로 정부가 정책 완화를 했을 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지금 집값이 사실 상승 전환해도 무리가 아닌 상황입니다. 그 정도로 규제를 풀었는데, 비록 하락폭은 축소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지금 이 시장이 얼마나 위축됐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1월부터는 서울 기준으로 하락폭이 계속해서 축소가 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요소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김효선 NH농협은행 수석연구위원 (▶ 관련 영상)

특히 이번 SBS 경제자유살롱 방송을 통해서는, 이렇게 다양한 지표들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킬 때라면 *'전세가율' 통계를 눈여겨보자는 의견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세가율 = 전셋값 / 집값. 집값이 10억, 전셋값이 5억이면 전세가율은 50%

아래 표는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이 제공한 최근 '전세가율' 통계입니다. 전국 전세가율 평균이 계속 50~60% 사이에 머물고 있고, 서울 지역의 경우 40~50% 수준을 오르락내리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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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전세가율이 이렇게 낮은 상황에서 집값이 오르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관계, 상황마다 달라서 유연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매매 가격이 떨어지면 전세 가격이 떨어질 수 있어요. 그리고 전세가격이 떨어지면 매매 가격이 떨어질 수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전세 가격이 떨어지면 절대 매매 가격이 오를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전세 가격이 더 중요한 거예요."
- 이광수 위원
"집값이 떨어질 때 전셋값이 저지선으로 작용을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요. 근래에는 매매가보다 전셋값의 떨어지는 폭이 훨씬 더 큰 것도 사실입니다. 전세가가 떨어지면서 매매가를 끌어당기기도 하고 이런 현상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 우병탁 팀장

그렇다면 앞으로 '전세가율'도 반전될까요?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진단은 인천, 경기처럼 엄청난 양의 입주가 기다리고 있는 지역들은 전셋값이 더 떨어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집값 움직임도 하락 추세가 이어질 거라는 겁니다.

또 전셋값이 비쌌던 때인 2021년 계약을 한 임차인들의 2년 만기가 돌아오면서 새로운 계약들이 이뤄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전세 가격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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