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억 달러 초호화 타선' 미국 꺾고 통산 세 번째 우승

일본이 전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호화 멤버로 팀을 꾸린 '야구 종가' 미국을 제압하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우승했습니다.

일본은 오늘(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결승에서 미국을 3대 2로 따돌리고 2006년, 2009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이자 14년 만에 WBC 정상을 밟았습니다.

선발 이마나가 쇼타를 비롯해 7명이 이어 던진 일본 마운드는 이날 선발 타자 기준 2억 달러가 넘는 미국의 막강 타선을 산발 9안타 2점으로 틀어막아 견고한 방패의 위용을 전 세계에 떨쳤습니다.

극적인 한 방으로 두 나라를 결승에 올린 트레이 터너와 무라카미 무네타카의 홈런포로 결승의 막이 올랐습니다.

베네수엘라와의 8강전에서 7대 5로 끌려가던 8회 역전 결승 좌월 만루 홈런을 친 터너가 2회 1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마나가의 낮은 직구를 퍼 올려 왼쪽 펜스를 넘어가는 선제 솔로 아치를 그렸습니다.

터너는 이 홈런으로 이번 대회 5번째 홈런을 기록해 2006년 초대 대회에서 이승엽 현 프로야구 두산 감독이 세운 단일 WBC 최다 홈런 기록과 타이를 이뤘습니다.

그러자 일본의 무라카미가 2회 말 곧바로 동점 솔로 홈런으로 응수했습니다.

전날 멕시코와 벌인 4강전에서 9회 말 가운데 펜스 하단을 직접 때리는 역전 결승 끝내기 2타점 2루타로 부진의 터널에서 벗어난 무라카미는 미국 선발 메릴 켈리의 복판에 몰린 초구 직구를 퍼 올려 우측 스탠드 2층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아치를 그렸습니다.

흐름을 바꾼 일본은 2회에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엮은 1아웃 만루에서 라스 눗바의 1루수 땅볼 때 2대 1로 전세를 뒤집었습니다.

한국프로야구 SK에서 뛰고 MLB로 '역수출'돼 WBC 미국대표팀 선발 투수의 영예를 안은 켈리는 2회 만루 위기를 자초하는 등 1.1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2개를 주고 2실점 한 채 조기 강판했습니다.

승기를 잡자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 감독은 3회 도고 쇼세이를 투입해 불펜을 가동했습니다.

일본은 4회 말 오카모토 가즈마의 좌중월 솔로 홈런으로 3대 1로 격차를 벌렸습니다.

미국은 도고, 다카하시 히로토, 이토 히로미를 상대로 고전하다가 7회 초 일본 다섯 번째 투수인 사이드암 오타 다이세이를 상대로 결정적인 추격 기회를 잡았습니다.

선두 타자로 나온 제프 맥닐의 볼넷, 무키 베츠의 좌전 안타로 이어간 노아웃 1, 2루에서 트라웃이 우익수 뜬공, 골드슈미트가 유격수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미국은 8회 다르빗슈를 상대로 슈워버의 우월 솔로 홈런으로 3대 2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9회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오타니 쇼헤이를 넘지 못했습니다.

3번 지명 타자로 출전해 타석에서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두 번 출루한 오타니는 슬라이딩으로 더러워진 유니폼을 그대로 입고 마운드에 올라서 선두 맥닐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베츠를 2루수 병살타로 잡고 포효했습니다.

이어 미국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는 빅리그 최고 타자 트라웃를 마지막 타자로 맞았습니다.

이번 대회 최고 하이라이트인 이 장면에서 오타니는 시속 161km 광속구로 투 스트라이크를 잡고 풀 카운트에서 바깥쪽으로 휘는 강력한 슬라이더로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고 '쇼타임'을 완성했습니다.

오타니에 의한 완벽한 피날레에 '디펜딩 챔피언' 미국의 2회 연속 우승과 트라웃의 프로에서의 첫 우승 도전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