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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케이팝, 3분짜리 뮤지컬이나 영화처럼 흥미진진"

클래식 음악 전공 미국인 유튜버가 본 케이팝의 특징은?

[취재파일] "케이팝, 3분짜리 뮤지컬이나 영화처럼 흥미진진"

얼마 전에 저는 미국 명문음대 이스트만 음대생들의 케이팝 리액션 채널 '리액트투더케이(ReacttotheK)' 를 운영하는 미국인 유튜버 우무를 인터뷰해 뉴스에 보도하고 취재파일 한 편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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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액트투더케이는 클래식과 재즈를 전공한 음악도들의 리액션이 신선해서 국내 케이팝 팬들에게도 꽤 알려진 채널이죠. 우무는 호른 전공자로 음대를 졸업했지만 케이팝 전업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저는 이 채널 초창기부터 가끔 찾아보곤 했는데, 우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만나 인터뷰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이 많아서 취재파일을 두 편으로 나눠 쓰려고 계획했는데, 바빠서 두 번째 글을 이제야 쓰게 되었네요.

케이팝 기획사마다 구별되는 사운드의 특징이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특히 SM의 사례를 얘기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요, SM 경영권 분쟁이 한창일 때 팬들이 SM의 '정체성'을 걱정하는 걸 보면서, 우무의 인터뷰를 다시 떠올렸습니다. 이밖에도 미국의 팝음악은 광범위한 대중을 위한 것이지만, 케이팝은 충성도 높은 팬덤을 바탕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한다는 얘기 등등 흥미로운 관점이 많았어요.

Q. 채널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리액션 영상을 소개한다면?

A. 채널 초창기에, 내 친구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케이팝 아티스트-방탄소년단, 빅뱅 등등-를 소개해 줬던 영상들이다. 전혀 케이팝에 대해서 몰랐던 친구들이 커다란 문화적 충격을 받는 모습을 담은 초창기 영상들이 가장 인기가 좋다. 당시 나한테 유튜브 채널은 취미일 뿐이었는데, 학교에서 카메라 빌려서 뚝딱 찍고 편집해 올린 영상들이 5백만 뷰 이상 나오니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최근에는 블랙핑크 '셧다운' 리액션 인기가 좋았고, 레드벨벳 '필 마이 리듬'도 생각난다. 특히 이 곡은 SM이 우리에게 리액션을 요청해왔던 곡이라 더욱 의미 있었다.

구독자를 가장 많이 늘려줬던 건 지민의 '라이(Lie)'에 대해 리액션한 영상이었다. 방탄소년단 '피 땀 눈물' 시기에 나왔다. '라이'는 단조로 시작하지만 노래 가사가 '라이(거짓말)'을 언급할 때 메이저로 바뀐다. 단조의 원래 패턴과 다른 음으로 가는 거다. 당시 케이팝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패턴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얘기를 중점적으로 했다. 지금은 그런 기법을 사용한 곡들이 많아졌더라.

(*실제로 '라이' 리액션 영상을 보면 가사 내용을 음표로 표현하는 기법 '텍스트 페인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출연자들은 이 곡이 단조로 가다가 '거짓에 사로잡혀 있다'는 가사가 나오면서 '거짓말처럼' 장조로 바뀌는 순간에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요. 저도 '라이'를 처음 들을 때 뭔가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리액션 영상을 보고 나니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리액트투더케이 채널에서는 음악 용어가 종종 튀어나오고 자막으로 설명이 제공될 때도 많습니다.)

김수현 취재파일

지민의 '라이'는 클래식 곡 샘플링이 사용된 곡이기도 하다. 리액션 영상 촬영 당시엔 우리도 샘플링에 사용된 원곡(*스페인 작곡가 파야의 오페라 '허무한 인생' 중 스페인 무곡 1번)을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알게 되었다. '라이'는 친숙하게 들리면서도 아주 독특한 곡이다. 완벽한 케이팝 노래를 만드는 방식이다. 누군가 내게 케이팝 사운드는 어떤 거냐고 물어온다면 들어보라고 할 곡 중에 하나가 바로 지민의 '라이'이다.

Q. 유튜브 채널 제작팀 인력은 몇 명이나 되나?

A. 우선은 리액터(리액션에 참여하는 사람)들. 2명씩 8조가 있다. 나도 리액션을 하니까 16명이다. 예전부터 하던 사람도 있지만, 계속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온다. 그리고 편집자가 7명 있다. 유튜브 채널에 리액션 영상 뿐 아니라 페이트리온(구독형 채널) 콘텐츠, 틱톡 콘텐츠, 인터뷰 콜라보 콘텐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쇼츠 영상 등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든다. 그리고 번역 자막 만드는 학생 2명, 또 썸네일 제작을 도와주는 친구가 있다. 아직은 작지만 계속 성장하고 있다.

Q. 리액터들은 대부분 케이팝 팬인가?

A. 대부분은 케이팝을 들어보기만 한 정도다. 미국 라디오에서 틀어주는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노래를 들어본 정도? 리액션 영상 찍을 때 외에는 케이팝을 듣지 않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리액터들이 신선한 관점을 유지할 수 있다. 대부분이 처음 듣는 곡들이고, 그리고 바로 나오는 정직한 반응을 담아낼 수 있다.

우리 시청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케이팝 세계를 처음으로 탐험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리액터 중 케이팝 팬도 몇 명 있지만, 대부분은 아니다. 덕분에 리액션이 더 흥미롭고 다양해진다. 우리 채널 밖에서는 케이팝을 듣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리액트투더케이는 리액션 채널이 아니라 리뷰 채널에 가까워질 거다.

Q. 대본은 전혀 없나.

A. 없다. 리액션 패널들의 정직한 의견을 듣고 싶으니까. 내 대본은 내가 쓴다. 아티스트와 노래, 기획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패널들에게 제공한다. 그 밖에는 그냥 패널들에게 질문한다. 대본이 없으니 내가 하는 역할은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왜 그렇게 느꼈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 이렇게 우리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질문을 던지려고 애를 쓴다. 그러니까 대본은 없고, 내 역할은 모더레이터 같은 거다.

Q. 기획사도 알려준다고 했는데, 기획사에 따라 차이가 느껴지나.

A. 물론이다. 케이팝 레이블의 최종 목표는 충성도 높은 팬덤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획사 소속 가수 노래는 다 찾아 듣고 회사의 팬(Company Stan)이 되도록 하는 거다. 그런데 최근 한국을 다녀와서 알게 된 것인데, 비교적 작은 회사인 경우에는 새로운 팬을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에, 특별히 튀는 색깔을 선호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런 회사들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소구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운드를 쓴다. 그러니까 이 사운드가 어느 회사 것인지 알아내기는 어렵다.

반면 YG나 SM, JYP, 같은 대형 기획사들은 회사별 특성이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JYP는 특징이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YG나 SM은 속 아티스트들이 공유하는 사운드가 뚜렷하게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이런 '레이블 사운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탐구하는 비디오 에세이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다. SM에는 SMP(SM Music Performance)라는 말까지 있지 않은가.

Q. SMP 같은 건 어떻게 만들어진다고 보나?

A. SM은 케이팝 회사 중에 가장 처음으로 해외 작곡가들과 협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R&B, 재즈 느낌이 많다. 또 재즈나 클래식 음악을 공부한 작곡가들도 많이 기용했다. 클래식 음악은 복잡한 화성 진행이 많은 음악이고, 클래식 음악을 공부한 사람들은 이런 규칙들을 잘 활용해서 복잡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자면 SM의 최근 곡들은 대부분 두 파트로 나뉘어지는데, 두번째 파트는 첫번째 파트의 절반 정도의 길이로 만들어 그 중간에 아주 긴 브리지를 넣는 것 같더라. 이건 그냥 간단한 예시일 뿐이고, A&R(Artist and Repertoire)dl 누구냐에 따라 조금씩 변화는 있다. 어쨌든 SM은 보컬 트랙이 많은 걸 선호하고, 소속 가수들이 녹음 스튜디오에 몇 시간이고 계속 머무르면서 모든 화음을 녹음하는 것 같다.

SM은 그래서 케이팝에서 잘 들을 수 없는 4부 화음이 나오고, 보컬을 여러 겹으로 쌓는다. EXO나 레드벨벳, 그리고 에프엑스가 특히 그렇다. 소녀시대도 마찬가지고. 정말 많은 보컬의 층이 존재한다. 그리고 SM 사운드라는 우산 밑에 각 그룹의 사운드가 있는 거다. 왜 그 많은 팬들이 어떤 레이블인지, 그 레이블 사운드는 어떤지에 관심을 갖는지 들여다보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그들 나름의 고유한 특징도 있으면서 공유하는 점도 있으니까.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다.

케이팝은 내가 이해하기로는, 안무가 중요하고, 스토리도 있어야 하고, 멤버들의 캐릭터도 다양하다. 케이팝은 노래 한 곡도 3분짜리 뮤지컬이나 영화처럼 가능한 한 아주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진다. 반면 미국에서 팝 음악은 편안함과 휴식을 위한 음악이고, 따라 부르기 위한 음악이다. 귀를 잡아 끄는 전형적인 비트를 선택하고 이를 쭉 끌고 간다. 코드도 보통 바뀌지 않고 쭉 간다. 그래서 듣기 좋은 멜로디를 만들어내고, 따라 부르기도 쉽다. 이게 미국 톱텐 히트곡의 주안점인 것 같다.

반면 케이팝은 물론 이런 음악을 하는 그룹도 있지만, 다른 그룹들은 '관심(interest)'을 쫓아간다. 팬들을 어떻게 놀라게 할까? 어떻게 하면 뭔가 와일드한 것들로 팬들을 끌어당길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추구한다. 장르가 갑자기 바뀌고, 박자나 속도가 달라지고, 이런 식으로 '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하고 궁금해 하도록 만든다. 궁금해서 그 노래들을 다시 듣게 만들고, 관심을 갖게 하는 거다. 미국의 팝과 케이팝이 다른 지점이다.

케이팝 리액션 유튜버

Q.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리액션을 보는 걸 즐긴다고 생각하는가.

A. 나 자신도 유튜브 채널 하기 전에 리액션 시청자였다. 케이팝이 아직 그리 인기있는 장르가 아니었을 때, 나처럼 케이팝에 관심 있는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 내 주변에는 케이팝 팬들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리액션 채널을 통해서 케이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리액션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내가 좋아하는 케이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 말이다. 나와 비슷한 리액션을 찾아 내 생각에 대한 확신을 얻기도 하지만, 때로는 '아 나는 이런 방식으론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하는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케이팝을 더 좋아하게 된다.

다른 아티스트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서 리액션 채널에 오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엔 방탄소년단 덕분에 우리 리액션 채널을 보기 시작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그동안 덜 알려졌던 샘킴이나 이진아 같은 다른 아티스트들도 많이 소개했다. 리액션 채널을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Q. 클래식 연주자로서 진로 대신 케이팝 유튜버를 택했을 때 반대한 사람은 없었나.

A. 사실 나 자신도 걱정이 많았다. 부모님,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그래서 처음엔 많은 사람들에게 내 결정을 얘기하지 않았다. 나는 호른 연주자가 되려고 평생 노력해 왔는데, 이렇게 해도 될까? 솔직히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내 결정을 지지해 줬다. 나는 지금 이 분야에서 잘 해나가고 있고, 많은 기회를 얻고 멋진 경험을 하고 있다. 사실 팝과 클래식은 사운드가 다르고, 각각 다른 장르의 음악이지만, 목표는 다르지 않다. 음악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 모든 음악의 목표는 결국 같다.

Q.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은?

A. 호른 연주자로서 오케스트라보다는 목관 앙상블 음악을 좋아한다. 홀스트의 음악도 사랑한다.. 홀스트의 음악은 아주 다채롭고 영화음악 사운드 같다. '스타워즈'의 존 윌리엄스도 아마 홀스트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또 드보르작과 차이코프스키.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다 좋아한다. 현대 미국 작곡가인 존 맥키(John Mackey)의 곡들도 좋아한다.

Q. '리액트투더케이'를 좋아하는 한국 팬들에게

A. 유튜브 채널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그저 나와 내 친구들이 즐기려는 것이었다. 이렇게 케이팝의 나라 한국 팬들의 관심을 받고 한국 기자와 인터뷰를 하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했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시간을 들여 우리 콘텐츠를 봐주고, 우리가 케이팝을 어떻게 보는지 관심을 가져줘서 정말 감사하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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