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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공사장서 고려시대 추정 유적 발견…"공적 건물인 듯"

서울 종로 공사장서 고려시대 추정 유적 발견…"공적 건물인 듯"
서울의 한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고려시대에 만들어졌으리라 추정되는 건물터와 유물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건물의 기초가 되는 축대, 기단 등이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어 과거 어떤 용도로 쓰였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학계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신영동에 있는 한 도시형 생활주택 신축 부지에서 문화재위원회 산하 매장문화재 분과 위원 등이 참석하는 전문가 검토 회의를 열었습니다.

해당 부지는 당초 주차장으로 이용됐으나, 공사를 앞두고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한 발굴 조사에서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지 흔적이 잇달아 확인됐습니다.

재단법인 수도문물연구원이 두 차례에 걸쳐 약 1천382㎡ 크기의 부지를 조사한 결과, 이곳에서는 '승안 3년'이라고 새겨져 있는 기와 조각과 청자 조각, 도기 등의 유물이 출토됐습니다.

서울 종로구 신축 공사 현장에서 출토된 유물들 (사진=연합뉴스)

승안 3년은 1198년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글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고려시대 유물인 '송자청 묘지명'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송자청은 지금의 평안북도 안주 출신의 인물로, 그의 묘지명에는 '승안 3년'인 1198년 겨울 병으로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현장 상황을 잘 아는 한 전문가는 "'승안 3년'이라고 새겨진 기와가 나온 만큼 당시 건물이 있었던 단서로 볼 수 있다"며 해당 유적이 고려시대에 조성됐을 가능성을 높게 봤습니다.

문화재청과 전문가들은 이런 유구가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한자리에서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6일 오후 찾은 발굴 현장은 건물의 기초 시설이 가지런히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대략 1m 정도 될 법한 긴 돌 여러 개가 네모반듯한 모양을 이뤘고, 돌로 쌓은 담장이나 축대 등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고려 관련) 유물이나 건물 흔적이 나오더라도 이런 사례는 흔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원에 따르면 현장의 서쪽 권역에서는 건물지가 최소 3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중 한 곳은 남아있는 유구를 볼 때 길이가 20m, 너비가 5.5m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문가 검토 결과, 고려 중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단, 석축 등을 토대로 볼 때 이 정도 규모의 고려시대 관련 건물지가 서울에서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과거 이곳이 공적 건물로 쓰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습니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아직 조사 중인 만큼 건물의 성격이 무엇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일반 민가보다는 위계가 있는 건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공적 (용도의) 건물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근에서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건축 유적이 추가로 확인된 점 또한 주목됩니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 유적으로부터 약 370m 떨어진 신영동 공영주차장 신축 부지에서는 고려시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지 관련 흔적이 확인됐습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위치는 다르지만,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유물이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문화재청은 추후 전문가 검토를 거쳐 유적의 성격을 규명한 뒤 현장 관계자, 관할 지자체 등과 함께 보호 조치 및 보존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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